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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가을비 내리는 날 집시의 세계로 떠난 여행/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집시 바이올린

릴리c 2013. 10. 16. 08:00

집시 바이올린의 선율에 가을은 깊어가고... /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을비가 촉촉히 도심을 적시던 날(15일),

나는 집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비내리는 가을밤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집시 바이올린' 연주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관객은 모두 집시가 되었죠.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들판에 피워놓은 모닥불 가에 앉아

가슴을 에는 집시 바이올린 선율에 온마음을 내주어야했습니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Sergei Trofanov)

집시 앙상블 <집시 바이올린의 열정>(CBS주최).

2시간이 30분으로 짧게 느껴질 만큼 괜객을 사로잡은 연주는

격정적이면서도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슬프도록 아름답게 가을밤을 적셔주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2시간 공연의 마지막 순간인 '앵콜' 연주를 몇 컷 담은 것으로

그들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위 사진의 뒷배경은 '엄마가 섬그늘에~'로 시작되는 동요 '섬집 아기'를 연주할 때의 배경입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아코디온 편성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집시 앙상블'은

단 네 명으로 구성되었지만 넓은 무대를 꽉 채우기에 충분한 연주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큰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영상이었어요.

음악에 맞는 영상과 그래픽이 바이올린 선율과 어쩌면 그리도 멋지게 어울리던지요...

우리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들과 어우러진 영상은

우리를 때로는 바닷가 데크로 데려가 주었고,

때로는 유럽의 어느 노천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연주를 듣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여인의 향기(탱고)' 'God Father' '타이타닉 주제가' 'Dark Eyes' 등 너무나도 친숙한

멜로디에 행복했고, '아리랑'과 동요 '섬집 아기'의 연주는 너무나도 완벽했습니다.

루마니아의 전통민요 Skylark/종달새를 연주할 때는 진짜 새가 날아오르는 착각이 들 정도였지요.

 

 

앵콜 연주 때는 배경에 영상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여기 올린 사진은 모두 앵콜 연주 모습입니다)

 

 

작년 가을,

남편과 발칸반도를 여행하며 집시 음악을 들었습니다.

가슴 저리도록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에

여행자의 마음에 흘렀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어젯밤, 그 때의 감정을 우린 다시 맛보았습니다.

 

 

 

바이올린만 연주하는 줄 알았는데 그는 노래도 부릅니다.

이 가을에 완전 어울리는, 우수 깃든 아주아주 멋진 음성으로...

이브 몽땅이 들었다면 아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지 않았을까요...

그의 보컬은 정말 매력적이고 흡인력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서

처음 듣는 사람도 단번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노래하는 모습과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음악은 어쩌면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음악이 국내의 각종 CF에 삽입음악으로 쓰였고, 수많은 드라마의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죠.

그의 연주는 매우 화려하면서도 기교가 뛰어나 누구든 한 번 들으면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피아노를 반주하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은 세르게이의 아내 올가 트로파노바.

아코디온에 두미트루 두반지우, 제2 바이올린에 마르셀 로스코반.

이들 네 명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영화음악, 러시아 민요와 탱고 등 우리 귀에 친숙한

멜로디들로 2시간 가까이 진행돼, 근사한 추억이 깃든 가을밤이 되게 해주었습니다.

 

 

드라마 '모래 시계' 주제곡으로 쓰였던 백학(Zhuravil)을 비롯해

많은 연주에서 세르게이는 직접 노래도 불렀는데......

완전 깜놀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멋진 보컬은...

한 번 들으면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목소리,

맑고 청아하면서도 애수 깃든 그의 노래하는 목소리에 가슴 찡하지 않은 관객이 있었을까요...

 

 

 

 

사진에는 없지만, 특별 게스트로 '소냐'가 출연해

집시 앙상블과 멋진 협연을 가지기도 했어요.

1부 끝에 한 곡, 2부 처음에 두 곡을 불렀는데 관객의 반응 역시 뜨거웠습니다.

참 노래 잘하는 가수더군요~.

언젠가 기회 되면 그녀의 콘서트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헤미안 집시 특유의 정서로 때로는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백조의 몸짓을,

때로는 러시아의 겨울 벌판에 휘몰아치는 광풍을

때로는 현란한 멜로디와 리듬을 우리 가슴가슴에 콕콕 박히도록 강렬하게 들이댔습니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집시 바이올린> 공연은

지방에서 몇 차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연 :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집시 앙상블 <집시 바이올린의 열정>

2013년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주최 :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