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황산, 일출과 靑나라 거리 (마지막)

릴리c 2008. 5. 22. 00:50

 황산의 일출...이거 보려고 山上호텔에서 1박 한건데...

 

아침 4시 반에 기상. 호텔 뒷산으로 20분여 걸어 올라가야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을 나서니 검푸른 하늘엔 조각달이 걸려있다.

하늘과 경계를 이룬 스카이라인은 영락없이 거대한 동물의 웅크린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이빨을 드러내고 포효할 것 같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일출을 보러 올라간다.

난 30분 걸렸다, 우~띠~!!

이것 보려구 돈 더내고 이 꼭대기에서 하룻밤 잔 게 아니던가. 힘내야지, 아자~~!!

 

 

 

 

 ▲▼ 정확히 5시 25분. 신기하게도 구름이 아닌 허공에서 붉은 해가 솟기 시작한다.

       엄밀히 말하면 '허공에서'는 아니다. 운무가 깔려있기는 했다. 그러나 솔직히 실망...

       운해 속을 비집고 짠~~ 하며 솟아오르는 근사한 햇님을 기대했는데...

       일출을 보려고 잠안자고 올라온 수많은 인파에 밀려 그나마 변변한 자리도 잡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일출 보기는 틀린 것 아닌가.  암튼 사람들 머리 사이로 몇 장 눌렀다.

       어떤 사람이 한 마디 한다.   에이~ 설악산에서 보는 게 더 낫네~!! ㅋㅋ

 

 

 

▲▼ 오히려 일출 보고 내려오면서 보이는 풍경이 더 멋지다.

      어둠이 걷히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황산의 색깔은 조금 전의 실망을 보상해주려는 듯하다.

      역시 자연은 위대한 예술가다.

 

 

▲ 호텔을 나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어제의 그 계단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아~! 이곳은... 와호장룡!!!

   퍼뜩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장쯔이가 계곡으로 몸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

   너무나도 가슴 시린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츠암~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가마를 이용한다. 케이블카에서 호텔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20만원.

    그런데... 땀 뻘뻘 흘리는 가마꾼을 보면, 도저히 가마에 오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기록'의 의미로 사진에 담기는 했지만, 그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아마 보는 이들 대부분이 내맘과 같았으리라...

 

▼ 가마 뿐 아니라 짐을 실어나르는 짐꾼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거운 등짐이나 가마를 메고 하루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들의 삶이 결코 불행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들의 표정을 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고로, 황산의 산상호텔에서 쓰이는 모든 물건들-건축자재, 식재료, 빨랫감 등 모든 것들-은

    100% 사람이 나른다. 이렇게 등짐으로...

    특히 빨랫감과 식재료 세척까지 산 아래에서 하는데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황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아자씨~~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 기대에 못미쳤던 전날의 풍경과 달리, 내려오는 동안의 황산은 안개에 싸인 모습도 보여주는가 하면,

       이렇게 쪽빛 하늘도 보여준다. 같은 시간인데도 참으로 변화무쌍한 얼굴을 지녔다. 역시 황산이다!

      (아래사진은 케이블카 안에서 찍음).

 

 

 

                      ▲▼ 케이블카에서. 역시 이름을 가진 바위였지만...기억나지 않는다^^*

     

                          

 

                          

                        

                          ▲▼▼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靑代의 거리..

                            그러나 옛 정취는 별로 느껴지지 않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강해 내겐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하는 곳이었다.

 

                           

 

 

靑代 거리에서 만난 장뇌삼, 세 뿌리에 만원. 저거라도 먹고 올 걸 그랬나?ㅋㅋㅋ

 

 

 예원...다시 상해 시내로 들어왔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예원. 

      일정표에 "중국 5대 정원 중 하나인 '예원' 관광"이라고 적혀 있기에 난 또 일본의 3대 정원

      겐로쿠엔 쯤으로 기대했는데...왠걸, 옛날 고관대작의 개인집인 셈이다.

      어쨌거나 개인저택으로 보기엔 규모가 상당했다.

     

      예원은 명나라 시대의 한 효자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1559년부터 무려 18년동안 만든 정원이다.

      그리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넓게 보이도록 만든 치밀한 설계와 배치로 인해 무한한 넓이로 느껴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건물 지붕끝이 뾰족하게 하늘로 치솟은 점과 동물, 특히 용을 조각해 얹은 모습이었다.

     

             

 

 

 

 

 ▲▼ 예원을 돌아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용담.

       가이드 설명의 의하면, 예로부터 왕이 아닌 사람이 이렇게 크고 좋은 집을 지으면 엄벌에 처해졌는데,

       이 건물을 지은 주인은 황제에게 불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황제폐하(용)께서 흘리시는 침을

       받아먹고 사는 두꺼비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그 말에 황제는 노여움을 풀었다는 얘기.

       위 사진을 보면 두꺼비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용의 턱밑에 앉아있다. 이 역시 믿거나말거나~^^*

 

 

 

 ▲ 예원 입구의 즐비한 상점들.  예원상점가는 예원과 함께 돌아볼 만한 쇼핑가로 100개 이상의 전문상점이

    좁은 골목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하루종일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마침 이날은 중국의 '노동절'이어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람에 '쇼핑'은 커녕 인파에 밀려 출구�기에도 정신못차릴 지경이었다.

 

 

 상해 구시가지의 공원에서...

      할머니들이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며 뜨개질 하는 모습이 여간 정겨운 게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든 자유민주주의 국가든 어느 곳을 막론하고 사람냄새나는 이런 풍경이 난 참 좋다~~ ^^*

 

  여행은 좀 고생스러웠지만,

     '여행기'라고 하기엔 좀 미흡한 글을 적는 동안 다시 그 여행 속으로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고생일수록 기억에 남는다더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 같다.

      아니, 벌써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