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새들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험준한 길, 귀곡잔도/장가계

릴리c 2011. 10. 21. 08:30

귀신들이 사는 계곡, 귀신이 다니는 길?

                                장가계 귀곡잔도鬼谷棧道

 

 

대한민국 국민 중 가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 없다는 '장가계'(중국 후난성)에 다녀왔다.

매우 저렴한 가격의 소위 '특가'라는 말에 출발 며칠 전, 갑자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떠났던 장가계 여행. 역시나, 가는 곳마다 한국 관광객을 만나니 여기가 과연

중국 맞나 싶을 정도였다는...

 

귀신들이 사는 계곡의 공중에 떠 있는 길이라는 의미의 귀곡잔도鬼谷棧道.

수천길 낭떠러지 절벽에 수직으로 붙어 있는 인공난간을 걷다가 안개로 뒤덮인 계곡을 내려다

보는데, 아찔함에 현깃증을 느끼며 뒤로 물러서다 몸이 휘청거리기를 여러 차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구름 속을 걷는 것 같기도 하고,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면 이곳이 진정

지상인지 천상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귀곡잔도는 장가계 천문산 해발 1400m 높이의 절벽에 장장 1600m의 길이로 좁게 난 길이다.

 

어감에서도 오싹한 느낌이 전해지는 귀곡잔도는, 심장이 약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에게

추천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곳이다.

그럼에도, 장가계에 가서 이곳을 걸어보지 않는다면 아마도 평생을 후회할 지 모르는 '기막힌'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스릴만점의 여행을 즐겨보시길...

 

산 정상에서 밧줄을 타고 수직으로 내려와 천문산 절벽에 구멍을 뚫고 쇠파이프를 박은 후

콘크리트를 부어 길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사형수들이 인부로 동원되었다고 한다.

 

 

 

위 사진의 두 중국인, 나름대로 멋진 포즈를 취하고는 있지만...

두 다리를 앙버티고 있는 모습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을 걸어나올 때,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엉거주춤한 폼으로 난간을 붙잡은 채

살금살금 걷는 것이, 멀리서 바라보는 나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

그랜드캐년의 스카이워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전망대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허공'에 서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스릴 넘치는 경험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이라면 그냥 지나치는 게 좋겠지만

뭔가 짜릿한 스릴과 흥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 될 명소~~^^

 

나도 인증샷(아래 사진)^^*

여유있는 척 짐짓 미소띤 표정에 팔까지 높이 쳐들었지만

실제론 얼마나 떨리던지...

맑은 날 계곡이 또렷이 보여 깊이를 알 수 있을 때보다

오히려 나는 자욱한 안개로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공포(?)를 느낀다.

아찔했던 그 순간이 지금 다시 떠올라 가슴이 콩닥거린다.

(멋지게 찍어주신 돌담님, 감사합니다^^*)

 

(케이블카 탑승 주의사항 중 특히 6번을 참조하시길~!)

 

천문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케이블카를 타야한다.

'세계 최고' '세계 제일'을 중국인만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로 만들기 위해 중국은 산 아래가 아닌

장가계 시내에 케이블카 탑승장을 설치해 7.5km의 '세계 최장'을 기록했다.

편도 35분 걸리는 이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500m의 정상을 향하는 동안

완만하게 오르는가 싶으면 어느 새 수직으로 날아 오르다가

다시 급강하하기를 되풀이 하며 케이블카는 빠르게 허공을 달린다.

40여분간 발아래 굽어보이는 절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절벽 봉우리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사이

 험준한 산세에 뱀처럼 굽이도는 아흔아홉 고개가 발아래 까마득하다.

천문산 중간에 걸린 천문동(天門洞, 하늘에 이르는 문)으로 가는 길이다.

사진에 대한 열망이 무서움을 이기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찍어보지만

뛰는 심장에 주체할 수 없는 팔다리의 후들거림으로 어찌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으리.

골짜기에 꼬불꼬불 길을 낸 자동차 도로 저 아래엔

중국 3대 공연으로 일컬어지는 뮤지컬 <천문호선天門狐仙>의 야외극장 무대가 있다.

대자연이 무대가 된 웅장한 뮤지컬 얘기는 나중에...

 (아래사진-케이블카에서 본 천문동. 이고 이야기 역시 나중에...)
 

케이블카에서 내려 귀곡잔도로 들어가는 입구.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천조각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표시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곤 다름아닌 소원을 적은 '소원띠'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겐 무슨 소원이 그리도 많기에 저토록 무수한 바램을 적어 놓았을까.

어떤 이는 그 앞에서 잠시 합장하기도 하는데, 역시 뭔가 소원을 비는 것이리라.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길래 수천길 절벽 낭떠러지도 겁내지 않고

도저히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까지 붉은 '소원띠'를 걸었을까.

귀곡잔도를 걷는 동안, 절벽 아래에 묶어둔 소원띠를 수없이 발견했다. 

 

높은 해발고도와 기류의 영향으로 작은 새들은 쉽게 날아오르지 못한다는 이 길을

나는 걸어가고 있다.

한 시간쯤 걷는 동안,

가끔씩 아래를 내려다 보면 현깃증과 함께 내 가슴을 찌르는 뭔가에

문득문득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자연 앞에 인간이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욕심과 집착은 웅대한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이 세상에 던져진 내 인생은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깎아지른 수직절벽에 어떻게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중국이 아니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불가사의'한 모습이다.

산 정상에서 밧줄을 타고 수직으로 내려와 천문산 절벽에 구멍을 뚫고

쇠파이프를 박은 후 콘크리트를 부어 길을 만들었다는데,

여기에 동원된 인부는 다름아닌 사형수들이었다고 한다.

5년 동안의 공사 끝에 불과 3년 전인 2008년에 완공되었다는 얘길 들으니,

공사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지 쉽게 짐작이 되고

마음 한켠이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채워진다.

그들의 넋이 지금도 이 계곡을 떠돌고 있는 건 아닐지,

 마음속으로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귀곡잔도를 걷는 동안 정상을 오가는 리프트가 보인다.

귀곡잔도가 끝나는 곳에서 저 리프트를 타고 15분 쯤 가면

천문동(天門洞)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게 된다.

장가계에서는 케이블카, 리프트, 버스, 모노레일(원가계) 등을

여러 차례 바꿔 타야 하는데, 그것 역시 '절경'을 즐기는 최고의 수단이다.

귀곡잔도가 끝나는 지점에 왠 궁궐이?

알고보니 천문산사(天門山寺)라는 사찰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지만,

발목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난 미련없이 구경을 포기. 

천문산의 명물 천문동(天門洞)으로 가는 버스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이 리프트를 타고 15분 쯤 가야한다.

안개로 뒤덮인 계곡을 날아가듯 리프트에 몸을 맡기고 발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한다.

뒤를 돌아보니 함께 간 일행 중 돌담님 부부가 사랑의 하트를 그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찰칵~!

내가 타고 있는 리프트 저 아래로 조금 전 걸었던 귀곡잔도가

수직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리프트 아래로 보이는 것은 귀곡잔도 뿐만이 아니다.

조금 후에 탑승할 천문동 행 전용 셔틀버스가 오르내릴 아흔아홉 고개도

아찔하게 펼쳐진다.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곡 맨 아래엔 대자연이 그대로 무대가 된 '뮤지컬 공연장'도 보인다.

귀곡잔도아(鬼谷棧道我) 나는 귀곡잔도에서

몽중천국관(夢中天國觀) 꿈속의 천국을 바라보았다네

관기세절지(觀奇世絶止) 이곳 기이한 절경에서 잠시 인간세상의 연을 끊어본다.

 

장가계 여행은 계속됩니다~^^* 

 

 

사본 - IMG_3597 귀곡.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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