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드뎌 황산에 오르다 (3-1)

릴리c 2008. 5. 19. 21:35

 드디어 황산에 오르다

 

  명나라의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서하객은 30여 년에 걸쳐 중국 각지를 돌아 다닌후 황산에 대하여 말하기를

"오악(五岳)인 태산(泰山),화산(華山),형산(衡山),항산(恒山),숭산(崇山)을 본 사람은 보통산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황산을 본 사람은 그 오악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다.

 

황산은 1990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유네스코로부터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산.

운곡, 옥병, 태평 등 3개의 케이블카로 1600 고지까지 오를수 있다.

 

40km에 이르는 등산로는 14만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곳을 다 돌아보려면 7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돌계단은 등산로 파괴와 토사유실 예방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돌계단 이외로는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황산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케이블카와 계단의 설치로 자연도 보호하고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는 '실용주의 개발'의 좋은 본보기인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 황산을 보고 즐기게 하라'는 등소평의 지시로 80년대 초부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발, 일반에게 개방됐다.
수직절벽의 허리에 계단식으로 길을 냈는데 심장이 약한 사람은 절대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 것!!

밑을 내려다 보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 ▼황산의 키워드는, 기송(奇松),괴석(怪石),운해(雲海),온천(溫泉).

       그래서 예로부터 천하사절로 불린다는데 이곳의 소나무는 특이하게도 바위에 붙어 자라는 강인함 때문에 

       다른 곳과 다른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 ▼모든 바위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붙어있을 터,

                           하지만 일행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르는 내게

                           까짓 이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셔터 '누르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서해대협곡이 발아래 쫘악~~ 펼쳐진다.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상상속의 봉래산이 이만했을까...

   그동안 힘들게 올라왔던 노고를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이 맛에 다들 올라오는 거겠지...ㅎㅎ

 

▲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된 소나무. 황산에만 열 그루의 소나무가 등재되어 있다.                                          

 

                          

                          ▲ 저 계단을 내려와 뒤돌아다 본 순간, 헉~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어떻게~ 절벽 허리에 돌계단을 붙였단 말인가! 잘못하다가 뚝 떨어지기라도 하면?

                             또다시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덜덜덜~~ 그래도 한 컷~!

 

                             

 ▲ 아래를 내려다보는 건, 거의 번지점프 할 때의 기분과 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수천길 낭떠러지... 그 절벽 허리에 붙인 등산로... 차마 오랫동안 내려다 볼 수가 없었다, 현깃증 때문에.

 

                         

                          ▲ 발목 부상 때문에 늘 꼴찌로 쳐지는 나를 졸졸 따라다닌 중국 군인.

                             아마도 내가 굴러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되어서였을 것이다. 

                             순진한 표정이 맘에 들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얼굴이 빨개진다. 짜~~슥~!

 

 

 ▲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

    꼴찌로 내가 그곳에 오르자, '그 군인' 총각은 내 옆에 바짝 다가섰다.

    행여 내가 뛰어내리기라도 할까봐?  오~노~! 넘 무서워 나 역시 얼렁 내려섰다.

 

 ▲ 이건 또 왠 시추에이션?

    (여기저기에서 보아 온) '자물쇠 사랑' 앞에 한 서양인이 아이를 앉고 하염없이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

    나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폈다.

    <전에 사랑하는 여인과 서해대협곡을 찾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이곳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녀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어느 날 그녀가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도 그녀가 그리워 아이를 품에 안고 다시 찾은 '자물쇠' 앞.

     자갸~~! 내가 왔쪄~! 지금 보구 있는 거지? 쌀~랑~해~~~!!!>

                              그야말로 유치찬란뻥이다 ㅋㅋㅋㅋㅋ 

 

 ▲ 황산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쇠줄에 걸린 자물쇠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엔 달랑 하나가 달려 있었지만, 보통 수백개가 채워져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자물쇠를 걸고 열쇠는 수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져버린다.

    마음이 변해 헤어지고 싶으면, 던져버린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열어야 하기에

    쉽게 헤어질 마음을 먹지 않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란다.

    그러나, 변심한 어떤 이는 끝끝내 그 열쇠를 찾아 결국 자물쇠를 열고 헤어진다나 모라나~ㅎㅎ

 

                           

  

 ▲ 내가 하룻밤 거했던 산상 호텔 '황산서해반점(黃山西海飯店, '반점'이 호텔인 건 다 아시죵?)'.

   

  해발 1860미터의 황산, 1600고지까지는 케이블카로 올려다준다는 말에

          애초부터 쉽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하필 발목을 삐어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역시 무리...

          하지만...중국으로 떠나기 전 인터넷 검색에서 본 운해가 쫘~악 깔린 환상적인

          황산의 모습은 나를 무리하도록 만들었기에 힘든 걸 참으며 올라갔다.

 

<일년내내 구름과 안개가 감돌아 매우 웅장하고 험준하다. 기송(奇松),괴석(怪石),운해(雲海),온천(溫泉)은

예로부터 천하사절이라 불려왔다.>는 문구를 가슴에 담고 지팡이에 의지해 올라갔는데...

          "일년 중 해가 비치는 날은 60일 정도"라며 그날의 맑은 날씨를 두고

          "여러분은 진짜 운이 좋다"며 호들갑떠는 가이드 말에 꽤나 기대가 컸기에, 힘들어도

          짜잔~~~ 하고 펼쳐질 '운해 속 황산'을 꿈꿨던 것이다.

 

          그러나......

          '행운의 맑은 날씨' 탓(?!)에 운해깔린 환상적인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이론~~~!

          절뚝거리던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카메라를 든 손과 다리가 후들후들... 카메라가 애물단지로 여겨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어쩐다냐~ 이런 거라도 찍어야지.

 

          다른 사람들의 사진처럼 운해가 쭈악~~~ 깔리고 안개에 휘감긴 환상적인 황산은 아니지만

          어슴프레 안개 비스무레한 풍경도 나름 운치 있지 않은가~ (자뻑~!! ㅋㅋ)

 

          이번으로 <황산여행기>를 맺으려 했으나

          일출을 비롯한 몇 장의 사진이 더 있어 한 번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