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구석구석

연두빛 안개 너울대는 창덕궁

릴리c 2009. 4. 10. 00:58

만 모르고 있었다.

아니

 눈감고 있었다.

암흑같던 지독한 몸살을 앓느라

세상이 연두빛으로 바뀐 줄도 모르고 있었다.

 

 

 

 

 

 

 

 

 

 

 

 

  눈에 뭐가 들어갔을까

시야가 흐릿해 눈을 몇 번 깜빡여본다.

아니다, 눈은 이상없다.

연두빛 안개에 싸인듯 연두 가루가 날리듯

숲이 보오얗다.

 

아하~~

공기를 휘저으며

가지마다 온통 솟아나는 새순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잡새들의 지저귐 보다 더 화려한

연두빛 노래다.

 

 

 

 

 

 

 

 

 느 새 초여름 같은 날씨에

나무 그늘이 고맙다.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부용지에서

한낮 휴식이 달콤하다.

 

숲을 거니는 여인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행복해지는 오후.

 

 

 

 

 

 

마도 30년은 되었을 거다.

비원(秘苑)이라 불리던 시절

친구들과 찾았던 창덕궁을 다시 찾은 것이.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코스만 돌아야하는 요즘과 달리

예전엔 자유롭게 산책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매주 목요일이 자유 관람일이다.

평일의 입장요금은 3,500원이지만

목요일은 15,000원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단 걷다보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과 마냥 행복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도심 한복판의 녹색 정원을 맘껏 호흡한다.

마음에 낀 먼지와 묵은 때가

조금은 벗겨졌을 거라 기대하며......

 

 

(200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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