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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에서, 니가 왕비 해~ 내가 왕 할게~

릴리c 2010. 11. 15. 22:23

 

 

창건 600년 만에 일반공개한 경복궁 야경

 

모두가 여유 있는 금요일.

미국인이 좋아하는 TGIF(Thanks God It's Friday),

2010년 11월12일은 특별히 행복한 금요일,

온 국민의 어깨가 들썩인 날이다.

나도 오랜만에 즐거운 금요일을 만끽했다.

 

어느 해 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는 2010년,

모처럼 남편과 삼청동 나들이를 하여 좋아하는 만두와 칼국수로 쌀쌀한 초겨울을 녹였다.

그리곤 경복궁을 찾았다. 매표소 앞에 구불구불 긴 줄이 200미터는 되는 것 같다.

청계천 등(燈)축제에도 가야하는데, 이미 날은 깜깜해지고 마음이 바쁘다.

어떡하지? 앞쪽에 서 있던 젊은 분에게 다가갔다.

“저~ 죄송하지만, 제 표 좀 사주시면 안 될까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탁하자, 선뜻 그러겠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연못에 떠 있는 경회루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관람객들.

물에 비친 그들의 모습도 경회루 만큼이나 아름답다.

 

경복궁 야간입장에 남편과 고궁 데이트를 즐겨보니 문득 옛날 추억이 하나 둘 떠오른다.

학창시절엔 봄가을이면 특히 고궁엘 자주 가곤 했다.

사생대회를 비롯해 전국 백일장대회의 단골 장소였고

소풍장소로도 사랑받던 곳이 바로 덕수궁, 창경궁(전엔 창경원으로 불렀음),

경복궁 같은 고궁이었다.

빳빳하게 풀 먹인 하얀 칼라의 교복차림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멋진 남학생이라도 보이면 걸음걸이에도 신경을 쓰며 산책하던 곳도 그곳이었다.

때로는 친구들과 '왕궁놀이'도 했었다.

"니가 왕비 해라~ 내가 왕 할게~"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경복궁이 창건된 1395년 이후, 야간에 일반인의 출입이 허락된 것은 61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G20이 열리는 기간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시적으로 경복궁과 덕수궁을 야간에도 개방한 것인데,

금요일이 마지막 날이었던 것.

이는 문화재청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정한 일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많아 정한 일이었겠지만, 시민들 역시 무척 좋아하고 반기는 눈치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탄성과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 역시 저절로 마음이 즐겁고 어깨가 들썩인다.

이런 분위기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G20 정상들이 찾아온 서울, 잔치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동방의 이 작은 나라에 세계를 움직이는 20여 개 국의 정상이 모였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내가 이 나라의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G20 서울회의가 끝난 후 나의 메모장에 이렇게 기록했다.

"앞으로 세계는 어느 민족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혼자는 발전할 수 없고 살아갈 수 없다.

이미 세계인은 한배를 탔다.“

 

 

 

 

 

 

첫 야간 개장에서 시민들이 그토록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야간개방’을 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주말 개방을 해보면 어떨까.

이순신 장군도 머지 않아 새로운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세종대왕과 함께 장군을 만나기 위해 가족나들이를 나서는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광화문의 아취 밑을 지나 경복궁에 들어가 근정전, 경회루의 멋진 야경을 바라보노라면,

600년 전통의 도시 서울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서울의 명소가 또 하나 생기게 되고, 이는 우리 국민에게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도 좋은 볼거리가 아닌지.

 

 

다음엔 등燈축제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