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물도록 뛰놀던 골목길 정취, 북촌 한옥마을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라 불리는 이곳은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라는 의미의 가회(嘉會)동과 삼청동, 안국동
그리고 사간동과 계동 등 역사와 삶의 발자취를 품은 한옥마을이다.
이 마을 골목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실제로 여기에 한옥마을이 조성된 것은
1930년대 중반쯤이니 역사가 그렇게 오랜 된 곳은 아니다.
그러나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시내에 한국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추억속을 달린다.
높지 않은 처마들이 재잘거리듯 이마를 맞대고 서 있는 한옥 골목길.
골목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집들은 남북방향으로 길게 줄지어 있다.
양지바른 언덕에 남향집으로 지어진 이곳의 골목길은
서로 교차시키지 않아서 삼거리가 많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여기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내국인 뿐 아니라 한국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이곳에서는
절대 큰소리로 떠들거나 하면 안 된다.
누구나 거닐 수 있도록 배려해준 동네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멀지 않은 곳, 발 아래 펼쳐진 고층빌딩이 작게만 느껴진다.
북촌 한옥마을에는 전통 공방과 다양한 박물관이 있고
우리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숙소도 몇 군데 있다.
한옥마을 주변의 또 다른 풍경.
드문드문 현대적인 건물이 한옥과 공존한다.
한옥을 개조한 찻집도 몇 군데 있다.
골목길에서 추억속을 거닐다 잠시 쉬고 싶다면 이런 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듯.
북촌마을은 이런 아름다운 석양도 만날 수 있는 고지대에 있다.
일터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언덕을 오르다 만나는 석양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하리라.
그리고
수백년 된 느티나무를 한옥 대문에 그대로 껴안고 지은 집도 있다.
'이 땅의 주인은 바로 자연'이라는 사실을 거스르지 않은
집주인의 넉넉한 마음을 본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의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울 600년 역사와 함께 해온 한국의 전통 거주지다.
예전에는 왕실의 고위관직에 있거나 왕족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구로 유명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탑은 경복궁 풍경의 일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북촌, 다음에, 다른 시간대에 다시 와야겠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어렸을 때는 주변에 참 많이도 보이던 문구지만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입춘첩'이라 하여 입춘날 대문이나 대들보, 기둥, 천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로,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라는 뜻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춘첩의 또 다른 글귀로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
수여산 부여해 (壽如山 富如海) |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 |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
거천재 래백복 (去千災 來百福) | 온갖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은 오라. |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 (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 |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 |
가파르지 않은 언덕과 가지 뻗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보면,
해가 저물도록 배고픈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다가 ‘밥 먹어라~!’ 부르시는
엄마의 목소리에 갑자기 시장기를 느끼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2011년 입춘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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