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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을 기다려온 이글스 공연! 꽃샘추위? 까이꺼~!!

릴리c 2011. 3. 19. 02:14

40년을 기다려온 이글스 공연! 꽃샘추위? 까이꺼~!!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

그래서 첫 내한공연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이글스.

그들이 한국에 첫발을 내딛은 2011년 3월 16일, 역사적인 현장의 만여 명 관객 속에 내가 있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1시간 전 공연장에 도착했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하는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기만 했다.

주변을 보니 아들딸로 보이는 젊은이들과 동행한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아우르는 이글스의 음악이야말로 현대인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통로까지 자리 잡은 관객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보아왔지만, 이번처럼 꼭꼭 들어찬 모습은 처음이다.

8시 10분경, Seven Bridge Road를 시작으로 드디어 이글스의 공연이 막을 열었다. 

무대에 오른 글렌 프라이(G/Vo), 돈 헨리(Dr/Vo), 조 월시(G/Vo), 티모시 B. 슈미츠(B, Vo)를 비롯해

네 명의 브라스 세션과 키보드 주자 등을 백뮤지션으로, 그들 특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컨트리 롹 넘버들을 연주했다.

3시간 가까운 연주와 노래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간간이 한국말 인사도 잊지 않았다.

 

글랜 프라이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저녁식사는 하셨습니까?" 하는 소리에

객석에서는 폭소와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내한 공연을 했던 수많은 아티스트의 한국말 인사는 대부분 '안녕하세요?'나 '감사합니다' 정도인데,

이글스는 한국인의 정서에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때로는 위트 넘치게 "(이 노래)어땠어유?" 하는 바람에 관객은 그야말로 포복절도.

그래서 그들에게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주하는 장면.

평범할 것 같은 어쿠스틱 기타로 매우 특별한 사운드를 내며 시작되는 ‘호텔 캘리포니아’는,

이글스 팬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곡이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인트로 부분을 아련한 트럼펫 연주로 시작하며(아래 사진)

매우 세련되고 아름다운 색다른 분위기로 들려주었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어서 공연의 후반부에나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뒤엎고 네 번째 곡으로 등장한 것.

 

 

 

 돈 헬리

 

 티모시 B. 슈미츠

 

 

 

 

조 월쉬의 버틀넥 주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장면. 2부에서는 조 월쉬의 곡이 유난히 많이 연주되었다.

그 중에는 그가 James Gang 시절에 만든 곡들이 여러 곡 포함되어 마치 그의 솔로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조 월쉬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호텔 캘리포니아' 하면 전주부분의 '특별한 기타 사운드'를 떠올리게 된다.

그 사운드를 만들어준 바로 그 기타에 얽힌 얘기가 있다.

'호텔 캘리포니아'의 녹음이 끝난 후 어느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제 정신이 아니었던 조 월쉬가 녹음 당시에 사용했던 '그 기타'를

친구에게 주어버리는 바람에 그 후로 레코드와 똑같은 기타 사운드를 라이브 연주에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술이 웬수?ㅎㅎ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Desperado'를 연주하는 이글스.

음반으로만 듣던 명곡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들으니 눈물이 날듯... 잔잔하게 흐르는 선율에 가슴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밤새워 연주해도 자리를 뜰 것 같지 않았던 관객들은, 이글스의 3시간에 걸친 긴 공연을 마치 한 순간에 흘려보낸 기분이었다.

그들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 기약없는 이별을 아쉬워했다.

 

 

'데스페라도'를 끝으로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

너무나도 완벽하고 아름다웠던 공연, 감동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이글스 첫 내한공연,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만난 이글스 팬DJ 김광한 씨.

딸이 아버지를 위해 비싼 티켓을 사줘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이글스 왕팬은,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나의 물음에 이글스 티셔츠를 들고 선뜻 포즈를 취해주었다.

 

 

 

연주된 곡목

- Eagles 'Long Road Out Of Eden' Tour -

1. Seven Bridges Road

2. How Long

3. I Don't Want To Hear Anymore

4. Hotel California

5. Peaceful Easy Feeling

6. I Can't Tell You Why

7. Witchy Woman

8. Lyin' Eyes

9. The Boys Of Summer ('Don Henley' Solo)

10. In The City

11. The Long Run

------------------ 인터미션 --------------------

12. No More Walks In The Woods

13. Waiting In The Weeds

14. No More Cloudy Days

15. Love Will Keep Us Alive

16. The Best Of My Love

17. Take It To The Limit

18. Long Road Out Of Eden

19. Walk Away ('Joe Walsh' Solo)

20. one Ot These Night

21. Life's Been Good ('Joe Walsh' Solo)

22. Dirty Laundry ('Don Henley' Solo)

23. Funk #49 ('Joe Walsh' Solo)

24. Heartache Tonight

25. Life In The Fast Lane

*Encore

26. Take It Easy

27. Rocky Mountain Way ('Joe Walsh' Solo)

28. Despera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