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유럽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프라하, 환상적인 까를교의 야경

릴리c 2011. 4. 29. 08:30

로맨틱한 다리의 대명사 를교, 천문시계가 있는 시가광장

 

프라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까를교를 빼놓을 수 없다.

블타바 강에 놓여 있는 이 다리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연중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까를교는

사람만 다닐 수 있다. 아기자기한 이 즐비하고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사람들은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하는 여행자를 기다린다.

아예 조를 편성해 음악회를 여는 뮤지션도 있고, 자신이 만든 오카리나를 팔기 위해 직접 연주하는

미모의 여성이 시선을 끌기도 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다리 난간 곳곳에 세워져 있는 조각들을 올려다 보면서 사람들은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다리 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다리 아래 흐르는 블타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기도 하다. 강 언덕을 아름답게 수놓은 프라하성과 비투스 성당,

그 아래의 붉은 기와집들이 그려내는 풍경을 하루종일이라도 바라보고 싶은데... 

마음만 그곳에 두고 떠나온 나는 언제고 다시 가볼 꿈을 꾼다. 

까를교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과 비투스 대성당.

신데렐라가 구두를 잃어버리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궁전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낮에 본 모습과 달리 동화 속 환상 속으로 날 안내했다.

 

 

까를교 다리는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살아 있는 듯한 조각들과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을 즐기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으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건너편 언덕 위의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없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은

또 하나의 프라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까를교에는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울 만큼 정말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부드러운 선율로 여행객의 마음을 달래줄 것 같은 악사들, 지금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이를 위해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숍들... 잠깐 동안 스치듯 지나쳐야 한다는 게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오카리나를 부는 그녀의 모습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실례인줄 알지만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파는 오카리나를 하나라도 샀더라면 그녀의 표정이

좀 더 환했을 텐데...

 

똑 같은 게 하나도 없어서 일일이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은 장신구들(아래 사진).

까를교 위에는 수많은 숍이 명물로 자리하고 있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그리고 채색한 순수한 수공예품들.

프라하의 향기를 담은 세상에 하나 뿐인 물건들...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소소한 것들을 만져보고 즐기는 것일 터.

 

 

 

 

 

 

비내리는 까를교 그림...내가 가장 사고 싶었던 그림인데, 시간에 쫓겨 사진 찍느라 흥정하지 못한 게 눈물 나도록 아쉽다.

우선 사진부터 찍고 다리를 건너 돌아올 때 사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진짜 그림이었는지 복사본인지조차 확인할 틈도 없이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버려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까를교의 야경은 낮과 다른 동화의 나라였다.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프라하 성과 비투스 대성당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낮에 느꼈던 아쉬움이 조금은 가신 듯 하다.

 

 

 

 

 

 

프라하 또 하나의 명소인 구시가광장으로 가는 길.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가광장으로 나 있는 골목엔 수많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로 가득 차 있다.

이 골목 역시 느린 걸음으로 구경하고 싶은 곳이다.

 

 

 

나를 포함한 동양인 관광객들이 바쁜 걸음으로 골목을 지날 때,

유럽인들은 노천 카페에 앉아 메뉴를 고르거나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맥주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저 앞에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청사가 보인다. 종소리와 함께 펼쳐질 정각의 '공연'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드디어 구시청사 앞에 도착했다. 정각을 2~3분 앞두고 청사 앞은 인산인해다, 곧 펼쳐질 '공연'을 보기 위해.

구시청사 건물에 달려 있는 천문시계는 구시가광장의 명물이자 프라하의 상징물 중 하나다.

천문시계는 1490년에 하누슈라는 시계공이 만들었는데, 그가 다른 곳에 똑같은 시계를 다시는 만들지 못하도록

프라하 시민들이 하누슈의 눈을 멀게 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하누슈는 자신의 손을 넣어 시계를 멈추게 했고,

그 후 16세기에 얀 타보르스키가 수리할 때까지 거의 100여 년을 멈췄다고 한다

 

매시 정각에 해골인형(죽음을 상징)이 밧줄을 잡아당겨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시계 위쪽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예수와 열 두 제자가 차례로 지나간다. 이때 해골 옆의 터번을 두른 터키인(두려움의 상징)과 반대편의 지갑을 든

유대인(탐욕을 상징)이 움직인다. 이 모든 움직임 이후에 마지막으로 황금수탉이 홰를 치면 끝이 난다.

눈 깜짝할 새에 끝나고 마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게 순식간에 흘러가는 거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천문시계의 '공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관광객들...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순간을 맞고 있을까...

 

하늘을 찌를 듯 구시가광장에 우뚝 솟은 쌍둥이 첨탑 틴 성당.

비투스 성당과 함께 프라하의 2대 성당. 첨탑의 높이는 80m로 좌우 두 개의 탑 모양이 조금 다르다.

이곳 역시 동화 속 궁전 같지 않은가. 프라하에 있는 동안 나는 줄곧 동화의 나라를 다닌 셈이다.

 

 

깔끔한 양복에 중절모를 쓴 마부가 손님을 기다린다.

프라하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중세를 연상케 하는 구시가광장이 늘 떠오르곤 하는데,

거기엔 이 마차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구시가지 광장 한가운데 있는 얀 후스 동상.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소원을 비는 메모를 붙였던 곳으로 등장해 프라하를 동경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얀 후스(1372~1415)는 체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15세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보다 1세기나 앞선

종교개혁가이자 신부로, 체코의 암울했던 식민통치 시대에 그의 사상과 정신은 체코인의 종교 뿐만 아니라

독립을 향한 민족의 중심사상이 되기도 했다. "진실을 사랑하고 말하라!"

  

구시가지 광장에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마차 투어'를 꼭 해보시길~.

느릿한 걸음으로 광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마차에 올라 종일 돌아다니며 쌓인 피로도 풀고 느긋하게 광장을 감상한다면,

더더욱 잊지 못할 프라하의 추억이 될 것이다. 20분 정도 도는데 우리 돈으로 4만 5천원 정도 들었다.

여행 중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음에 행복했던 순간이다.

 

 

 

마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저녁 풍경이 매우 노스탤직하다.

어두워지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낮과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프라하에 있는 나는 문득 보헤미안이 된다.

가스등이 켜질 무렵, 골목의 카페에서 풍겨나오는 뜨거운 커피향과 구수한 스프 냄새가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카페에 앉아 이국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울 뿐이다.

 

 

 

다음은 체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체스키크롬로프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