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유럽

체코, 중세 동화나라 체스키크롬로프,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4)

릴리c 2011. 5. 6. 08:30

블타바(몰다우) 강이 에워싼 중세 마을,

동화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 체스키 크롬로프

 

동의 하회마을을 닮은 동네가 지구 저편 체코에 있다.

잘 빠진 S라인의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한 쪽엔 성채가 있고 반대편엔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중세도시 같은 예쁘고 작은 마을이 바로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다.

동유럽 어느 곳을 가도 설레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곳에서 특히 더 들뜨게 되는 건,

분홍색 둥근 탑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 성,

그 안 어디선가 공주와 시녀들이 금방이라도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며 나타날 것 같은 창문,

주황색 기와지붕들이 다정하게 이마를 맞댄 마을,

골목골목 예쁜 카페와 기념품숍이 여행객에게 추억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에서 내려 성으로 오르는 길. 고색창연한 건물색에 벌써 마음이 차분해진다.

요새의 입구 같은 2층 성문에 잠시 압도되지만 그 문을 들어서는 순간,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주황색 지붕이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저 성문 2층 난간에 기대어 마을을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잠시 뒤로 미루고...  발아래 흐르는 블타바 강을 건너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아담하고 예쁜 카페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공예 기념품 숍이 많아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어느 곳 한 군데도 여유롭게 들어가볼 수 없는 패키지 여행의 한계에 또다시 부딪친다.

사랑스러움으로 기억되고 아쉬움으로 남은 곳, 그래서 난 또다시 체코 여행을 꿈꾼다.

 

 

 

체스키크롬로프에 들어서면 중세도시답게 검은 돌바닥의 좁은 골목이 사방으로 나 있다.

동화 속 얘기가 솔솔 풀려나올 것 같은 그 골목길을 걷다보면 에곤 실레 미술관이 나온다.

*** Egon Schiele

클림트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불행과 어두움으로 점철된 예술가.
1907년 클림트의 눈에 띠어 명성을 얻었으나 28세 나이로 사망, 천재는 단명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의 그림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의 산물'이라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출세, 안락함에 대한 희구, 명성에 대한 갈증, 성적인 쾌락 같은 것들.

짧은 생에 동안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미술사에 확실한 이름을 새긴 천재 에곤 실레의 미술관을 바로 눈앞에 두고

그대로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 지금 이 순간에 더 크다.

 

 

 

죽음과 소녀 (1915 )
에곤 실레의 이 작품은 4년간 동거 후 헤어진 발리와의 이별을 상징.

남자에게 거의 매달린 듯 안겨있는 여인의 모습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깍지를 낀 여인의 손가락은 결코 남자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만 남자는 동요하지

않는 듯. 손가락의 깍지만으로는 남자를 붙잡을 수 없는 여인이 애처롭고 안쓰럽다.

 

 

 

 

 

 

마을 중앙에 들어서면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넓다고는 하지만 시골 초등학교의 운동장 크기 정도로, 작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라는 뜻이다. 스보르노스티 광장인데, 영화 <아마데우스>를 찍었던 곳이라고 한다.

광장 중앙에 마리아 기둥으로 불리는 마리아상이 있는데, 페스트가 대유행했던 13세기에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여 페스트를 퇴치한 기념으로

이 광장을 만들고 마리아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이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 경찰서, 은행, 여행안내소 등이 모여 있다.

 

 

 

 

 

 

이리저리 굽은 골목길을 따라가니 성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이 언덕을 오르다 왼편으로 블타바 강에 면한 둔덕 숲이 있고

그곳엔 곰도 서식하고 있다 한다. 행여 곰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사람들은 둔덕을 살피지만, 내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성 안에 들어서니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건물이 나타난다. 파스텔 톤의 벽 색깔과 그림이 체스키 크롬로프의 특징인 것 같다.

중세 시대 사람들이 저 창문을 열고 소리칠 것만 같다. "말괄량이 우리 공주님 좀 찾아주세요~~!!"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 식사를 했다.

체스키 크롬로프의 중앙 광장에서 옆길로 조금 들어간 곳의, 중세 마을답게 동굴을 연출한 식당이다.

'꼴레노'라는 체코의 전통 요리로, 돼지 무릎뼈를 통째로 구운 것과 속을 파내고 스프를 담은 둥근 빵이 나온다.

보헤미안 풍의 식당 입구에 테이블을 놓아 노천 카페 분위기가 나기도...

 

 

 

 

블타바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우리는 환상과 동화나라의 주인공이 된다. 요술 빗자루를 탄 마녀할미가 붕붕 날아다닐 것만 같아 잠시 동안 상상의 세계를 여행한다.

그래서일까, 체코에는 마녀할미 인형이 특히 많다.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중세의 탑

블타바 강 절벽 위에 지은 체스키 크롬로프 성은, 프라하 성 다음으로 커서 체코의 2대 성으로 불린다.

체스키 크룸로프를 상징하는 분홍색의 탑과 성채는 1257년에 세워진 것으로, 300년 쯤 후 재건축되어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흔적이 혼재되어 있다. 이 성에 오르면 아름다운 마을 전체와 블타바 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마을의 좁은 골목을 걷다보면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분홍색 탑이 우릴 동화의 나라로 이끈다.

 

 

 

 

700년 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마을은

17세기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없는 '중세 전원 도시'의 전형이다.

그래서 체스키 크롬로프 전체가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인구는 고작 1만 5천여 명에 불과하지만 여행객의 사랑을 듬뿍 받아 활기로 가득하다.

13세기 비텍 가문이 이곳에 성을 짓고 지배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이 마을의 최고 번성기(1302년~1602년)에 문화와 예술이 꽃을 피웠고 상공업이 발달해 부를 축적.

그 후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가 루돌프 2세에게 마을이 넘어간 뒤 침체기를 맞았고,

18세기 초 에겐베르크 왕가에 인도된 후 공산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부흥기를 맞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가 이곳에 쳐들어왔을 때

마을 유지들은 '무조건 항복'을 결의, 그 덕분(?)에 중세 전원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고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200여 km 떨어진 체스키 크롬로프는 오스트리아와 인접해 있다.

 

여행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