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 마을 봉평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이효석의 발자취와 체취가 느껴지는 봉평 생가를 비롯해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그의 삶의 흔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마치 내가 소설 속 인물이 되어 마을을 걸어다니는 듯 잠시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이효석 문학의 숲 공원내에는 그의 대표작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배경으로 한
숲속 문화체험공간이자 소설을 테마로 한 자연학습장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시냇물 흐르는 계곡의 나무 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산책하는 동안
우리는 소설책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드나들었던 집과 물레방앗간 앞에서 추억을 여행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드나들었던 주막 '충주집'으로,
원래는 봉평 장터 입구에 있었으나 이곳에 복원되어 있다.
이렇게 돌에 새겨놓은 글을 번호대로 읽어나가면 <메밀꽃 필 무렵> 소설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공원 곳곳에서 주인공들의 리얼한 표정과 액션을 담은 인형들이 소설의 내용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물레방앗간...
장돌뱅이 허생원이 성씨처녀와 하룻밤 꿈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곳이다.
물레방아는 지금도 쉬지않고 돌고 있건만...
2002년 9월 7일에 개관한 <이효석 문학관>에서는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살펴보면서 문학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선생의 육필 원고와 손때 묻은 유품을 접하면서 문학의 향기에 푹 빠져보자.
5일장으로 열리는 봉평장은
재래시장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시골장터다운 인심과 멋이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곳 중의 하나다.
다양한 메밀음식과 올챙이국수 등도 맛볼 수 있으며 옛 정취가 살아 있어 꼭 들러 볼만한 곳이다.
장날은 2, 7일.
(위 사진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들이 난전을 펼치던 봉평장의 모습)
문학관 전시실에 메밀 음식이 빠질 수 없을 듯.
메밀국수와 메밀묵 정도만 알고 있던 메밀음식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아시는지...
얕으막한 언덕 위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에서 내려다본 봉평마을 전경.
이효석 생가의 문창호지를 새로 바르느라 바쁜 손길들.
봄 가을이면 문창호지를 새로 붙이는 게 연례행사였던 어린 시절,
볕 좋은 날 집안의 모든 문짝을 떼어내 물을 뿌려 뜯어낸 다음
새 창호지를 바르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봄이면 진달래꽃을,
가을엔 코스모스꽃, 고운 빛깔의 낙엽을 창호지에 곱게 붙이시던 모습.
다음에 새로 바를 때까지 아직 어렸던 우리는 그 꽃을 바라보며 감성을 키웠던 기억.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 어른들의 정서가 오히려 요즘 사람들보다 더 감성적이고 낭만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평창 봉평은 가산 이효석 선생이 태어나 자란 곳이자 선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
<산협>의 배경지로 곳곳에 선생의 자취와 문학의 향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생가는 비록 헐렸지만 터는 남아 선생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고,
어린 시절 다니던 평창초등학교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봉평을 비롯한 평창에는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허생원'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
'동이'와 '허생원'이 다투던 '충주집',
허생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넘던 '노루목 고개',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여울목',
허생원과 같은 장돌뱅이들이 난전을 펼치던 '봉평장' '대화장' '진부장' '평창장'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옥수수잎새와 콩포기가 달빛에 푸르게 젖은 길과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도
옛모습 그대로다.
효석 문화마을에 가기 전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한번 읽고 간다면
이효석 문학세계를 몇 배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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