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유럽

잊을 수 없는 클림트의 금빛 유혹, 빈의 벨베데레 궁전

릴리c 2011. 6. 30. 08:13

잊을 수 없는 벅찬 감동 클림트의 금빛 유혹에 빠진 벨베데레 궁전

 

이번 동유럽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은 바로 이곳, 벨베데레 궁전에서였다.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벨베데레 궁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클림트의 <키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키스>가 내게 준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스트리아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벨베베레 궁(上宮)의 2층에 클림트의 단독 전시관을 둘 만큼

국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가 국보급으로 자랑하는 <키스>를 방탄 유리벽으로 감싼 벨베데레 궁은

우리나라에서 '클림트 특별 전시'가 열렸을 때도 오지 않았던 <키스>를 보기 위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궁에 들어섰다.

 

 

벨베데레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 경사면을 이용해 상부 벨베데레와 하부

벨베데레로 구분하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키스>가 있는 곳은

상부 벨베데레 궁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원작을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곳은 1683년 빈을 침공한 터키 군대를 물리치고 영웅이 된 오이겐 왕자의 여름 별궁이다.

 

 

 

오스트리아 바로크 건축의 거장 펠데브란트가 설계한 벨베데레 궁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이름나 있다.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에는 클림트 외에도 클림트의 제자였던 에곤 실레를 비롯해

뭉크 등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의 클림트 단독 전시실에서 만난 <키스>(1907-08/유채와 금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내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원작이 뿜어내는 황금빛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 지배하고 있었으니...

그럼에도 그 황금빛은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나를 유혹한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림 정면의 바닥에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이 부셔서 서있기엔 너무나도 힘들었던 <키스>를

바닥에서 한참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주변에서 원작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계속 바뀌고 있었으니까.

 

그림에 실제 금을 사용한 클림트.

<키스>는 그의 황금빛 스타일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키스하는 순간 여인의 옷자락에선 꽃들이 가득 피어난다.

남성의 옷에는 검은색 장방형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다. 이는

제우스의 남근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바로 클림트의 무의식의 세계를 말해준다고.

꽃은 합일의 순간에 활짝 피어난다......

 

오스트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국보급 <키스>는

방탄 유리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절대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180cm X180cm로 원작은 꽤 컸고,

상상했던 이상으로 진한 감동을 받은 나는

이번 동유럽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라는 생각을 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그의 작품에 붙는 수식어는 매우 독특하다.

'퇴폐적인 에로티시즘' '팜므 파탈'...

하지만 나는 '몽환적 에로티시즘'이라 부르고 싶다.

 

사진이나 도록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원작의 감동,

루브르 박물관에서 봤던 <모나리자> 원작보다도 더 큰 감동,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벨베데레 궁 다른 전시실에서.

인물들의 표정이 너무나 코믹하고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해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ㅎㅎ

클림트의 <키스>에 혼을 빼앗기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소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다른 전시실을 찾았다. 수두룩한 명작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나와야 한다는 게 말할 수

없이 서운했지만,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눈도장 찍겠다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

그러다 만난 게 바로 인물의 재미있는 표정을 나타낸 조각들이다. 시간이 없어 이름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도 실존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기억.

 

 

 

 

 

 

 

클림트 단독 전시장 옆의 방으로 들어가니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발코니에 서서 벨베데레 하궁과 빈 시내를 담아봤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구름이 발 아래 있는 듯, 날아갈 것 같은 내마음을 닮아 있다^^*

 

 

잘 짜여진 카펫을 깔아놓은 듯 반듯반듯하게 조성해 놓은 정원과 분수대.

궁전에는 반드시 정원이 존재하는데, 귀족들의 지위를 상징하고 낙원 같은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저 앞으로 또다른 벨베데레 궁(下宮)이 보이고 그 너머로 빈 시내가 펼쳐져 있다.

정원 자체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이 넓은 곳을 산책하려면 땡볕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처지.

하긴, 귀족들이야 시종들이 받쳐주는 양산 그늘에서 담소하며 거닐었을 테니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시간도 없었던 탓에 결국 이쯤에 서서 사진 찍는 것으로 벨베데레 구경은

끝을 내야 했다.

 

 

클림트 <키스>의 감동에 대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아 벨베데레 궁 밖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창 앞에 걸어놓은 현수막 역시 <키스>.

 

 

궁에서 나오니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밝은 모습으로 걸어간다.

어릴 때부터 명화를 맘껏 보며 자라나는 너희들이 부럽구나~~~.

 

 

사진으로 찍을 수 없었던 원작 대신

박물관 숍에서 카드값치고는 거금인 5유로에 산 <키스>.

카드 외에도 냄비받침으로 나온 타일(물론 '키스'가 그려진)과

라벤다 허브를 넣은 미니쿠션(이것도 '키스')을 샀다.

아래는 카드 뒷면.

 

 

클림트의 작품들.

왼쪽부터 Mother Child Artist, 아델르 블로흐 뱌이어(1907),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1912), 다나에(1907-08),

그리고 '논개'를 떠올리게 한 유디트(1901).

 

동유럽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