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가득한 돌담 골목이 구불구불 미로처럼 돌아 4km나 뻗어 있는 마을.
이맘 때면 빛깔 고운 단풍으로 가을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는데도 가을만 되면 늘 그리워지는 곳이 있다.
돌담길의 그윽한 정취에 취해 한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마을,
빨갛게 익은 감이 집집마다 골목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광경에 황홀해지는 마을,
활활 불타오르는 듯 고운 단풍이 여행객의 마음을 몹시도 흔들어대는 마을,
한옥 굴뚝에선 금방이라도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만 같고,
"아가~ 밥 묵어라~~!!!"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어머니의 외침이 어디선가 들려올 것만 같아
너무도 정겨운 마을...
경상북도 군위의 한밤마을(대율리)이 바로 그곳이다.
이렇게 붉고 아름다운 단풍을 본 적이 없다.
맑고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색이 마치 빨간 물감으로 온통 칠해놓은 듯한 이곳은
군위의 어느 식당 앞마당.
나무아래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내 옷에도 금방 물이 배고 말 것 같다.
올해도 저 단풍나무는 곱게 물들었겠지...
돌담에 낀 이끼에도 세월의 흐름이 고여 있는 한밤마을은, 조선 전기에 지어진 한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정취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마을이다.
돌담 골목이 이리저리 구불구불 4km에 이르러, 다정한 사람과 손잡고 산책삼아 거닐어 볼만하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담 넘어 집안을 기웃거리노라면 어느 새 수백 년 전 옛날로 마실 떠나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조선 전기에 지어진 것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62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청과
조선 후기인 1836년에 지어진 남천고택.↑
남천고택은 생매댁으로도 부르는데, 100년 넘은 한옥이 스무채가 넘는 한밤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된 집이다. 지금은 사랑채와 안채와 사당이 남아 있고 안채 뒤꼍으로 돌아가면 넓은 뜨락이 나온다. 그곳에서도 눈만 들어올리면 자연이 늘 그림처럼 들어 온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여인네들은 고달픈 삶을 시심(詩心)에 담아 읊조렸을 지도 모르겠다. 현재 부림 홍씨 29대 손인 홍석규 씨가 이 집을 지키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밤마을에 가면 꼭 들러보라고 강추하고 싶은 곳이 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에 굴을 파고 석불을 안치한 것으로 유명한 삼존석굴.
통일신라 초기의 석굴사원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경주 석굴암 석굴(국보 제24호)보다 연대가 앞선다.
신라 제19대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수도하던 곳이며, 훗날 7세기에 원효대사가 절벽동굴에 미타삼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
8세기(751년)에 조성된 경주 석굴암보다 앞선 것이며, 석굴암에 영향을 주었다.<자료 : 문화재청>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산15 )
군위삼존석굴을 일컬어 제2 석굴암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군위사람들은 매우 속상해 한다.
군위삼존석굴의 조성연대는 경주 석굴암의 석굴에 훨씬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므로,
'원조' 석굴암이라면 몰라도 이것이 결코 '제2의 석굴암'일 수는 없다고 한다.
국보로 지정된 삼존석굴은, 삼국시대 조각이 통일신라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높은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연 암벽을 뚫고 그 속에 불상을 배치한 본격적인
석굴사원이라는 점에서 불교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굴 벽면에 직접 새겨진 광배의 무늬는 고구려 벽화를 보는듯 신비스럽다.
삼존석굴에서 내려다 본 모전석탑.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마음에 낀 때, 아집의 때, 어리석음의 때를 벗어버린다면 우리 인간의 심성은 태어날 때처럼
밝아질 것이고, 이것이 바로 '깨달음'이며, 그 깨달음이야말로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등불'
을 밝히는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정성을 담아 헌납한 기와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이의 불심을 읽는다.
이것도 인연일까, 나와 똑같은 이름을 발견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군위, 하면 달고 맛있는 사과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해 일교차가 심한 기온과 팔공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고 자란
이곳 사과는 당도가 매우 높고 아삭거려 최상의 사과맛을 선사한다.
산자락에 위치한 이 지역은 예전엔 거의 다락논으로 이뤄진 가난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한 농부가 사과나무 몇 그루를 심었는데 일교차가 심한 팔공산의 바람으로 인해 아삭하고 달콤
새콤한 사과가 열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마을사람들은 앞다투어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 인근에서도 부러워할 부자마을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확철 이 곳에 가면 일정금액을 내고 사과따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작은 봉투를 하나씩 받아 열 개씩 담아올 수 있으며 입으로 들어가는 건 얼마든지 OK~!! ^^*
사과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이곳에 와보기 전엔 몰랐다.
전 세계적으로 7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것은 10여 종류라고 한다.
앵두알 크기부터 호두알, 자두 크기 등 참으로 다양한데,
국내 유일의 국립시설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시험장이 군위군 소보면에
있는 것만 봐도 군위가 사과의 주산지임을 알 수 있다.
시기만 잘 맞추어 시험장을 방문하면 직접 시식할 기회도 주어진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사과시험장(054-380-3102)
군위 법주사 경내.
군위 인각사 인근의 아름다운 경관.
詩碑가 있는 간이역 花本驛
위치 :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824-1
1938년 보통역으로 출발한 화본역은 올해로 73주년을 맞은 유서깊은 간이역이다.
개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일제시대의 원형 그대로이며 대부분의
간이역이 그렇듯, 매우 운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한 때는 중앙선이 모두 연결되어 운행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무궁화호가 청량리와
강릉방면(상행), 경주와 부전 방면(하행)으로 하루 두 번 1분간 정차한다.
증기기관차 시절에 사용했던 급수탑(물탱크)이 있는 간이역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을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한다.
화본역은 1938년 일제 강점기부터 이용되던 역.
그 때는 증기기관차 시절이어서 기차가 머물면 급수를 해야했다.
기관차의 급수 방법이나 급수조에 물을 어떻게 채웠는지 궁금한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암회색
급수조가 화본역의 상징처럼 서 있다.
화본역 바로 앞의 '역전 상회'라는 간판이 어릴 적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가을이 오고 10월이 되니 군위 한밤마을과 삼존석굴사의 아름다운 단풍이 몹시 그립다.
10월이 가기 전에 다시 가볼 수 있으려나...
(여행시기 2008년 11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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