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김구 선생의 친필휘호에 가슴 저릿했던 창사 임시정부청사/중국 장가계

릴리c 2011. 11. 23. 08:00

중국 창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남목청 6호

                       == 김구 선생 친필휘호 '獨立精神'에 가슴 저릿해지다

 

일제시대 때 중국에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면 대개는 상해 임시정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장가게를 여행하면서 약 1년 여 우리나라 임시정부 청사로 쓰이던 건물을 둘러보며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창사 남목청(楠木廳) 6호 임시정부 건물은, 창사시의 한 허름한

골목길 안쪽 조용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규모 역시 크지 않은 회색 3층 건물이었다.

후난성 창사시 개복구 남목청 6호는 청조 말기의 건물로, 1937년 중국에서 항일전쟁이 발발한 후

그해 11월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과 가족 100여 명은 중국정부의 도움을 받아 난징

으로부터 임시정부를 옮겨와 통일과 자주독립 한국을 수립하기 위해 불굴의 투쟁을 전개한 곳이다.

(1937년 11월~1938년 7월까지)

 

건물 곳곳에 김구 선생과 가족이 살았던 흔적과 독립투사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숙연해지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다. 창사시에서는 2007년 남목청 6호를 문화재로 지정하였고 2년 후 특별비용을

들여 청사를 복원함과 동시에 전시실을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김구 선생의 동상과 친필 '獨立精身(독립정신)' 휘호가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입을 열 것 같은 김구 선생의 생생한 동상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

들어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방명록에 남긴 김구 선생에 대한 존경심은 현장을 방문한 우리 일행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동 노선을 표시한 지도.

상하이-->항저우-->기흥-->천지양-->난징-->창사-->광저우-->류저우-->쓰촨 치지앙-->충칭에

이르는 임시정부 이동경로는 한 눈에도 험난한 노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임시정부 회의실.

이곳에서 김구 선생이 동포로부터 저격을 당하기도 했다.

1938년 5월 6일 밤, 한국 광복전선 3당 통일회의를 추진하기 위해 김구 선생과 현익철, 유동열,

이청천 등은 이곳에 모여 3당(한국국민당, 조선혁명당, 한국독립당) 통일을 논의하던 중 조선

혁명당의 불량분자 이운한이 갑자기 뛰어들어 권총으로 사격해 김구 선생 등이 쓰러졌고, 병원

으로 이송되었으나 현익철은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절명하였다.

이를 '남목청 사건'이라 부르는데, 당시 중국 정부의 장즈중은 후난성 주석으로 취임하고

"치료비용을 불문하고 후난성 정부에서 부담한다"고 발표, 살인범 체포를 위해 대량의 군경을

출동시켜 범인수색에 나서는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적극 도왔다.

김구 선생의 피격 소식을 들은 장제스(당시 중일전쟁을 진두 지휘)는 대표를 파견해 은화 3천을

보내 위로하는가 하면 하루 수차례 전문을 보내 부상상태를 알아보며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 속에 그해 7월 창사 임시정부는 남목청 6호를 떠나야 했다.

 

 

김구 선생의 일생에서 그래도 행복한 시기가 있었다면 가족과 함께 이곳 창사에서 보낸 1년여 동안이

아니었을까. 남목청 6호가 있는 창사시 개복구의 골목길을 누구의 눈치를 보는 일 없이 거닐수 있었던

이 시기였으니 말이다. 당시 김구 선생은 "창사는 물가도 싸서 좋은 데다 그 동안은 줄곧 가명생활을

했지만 이곳에서는 드디어 김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을 나타냈다고 한다.

 

 

 

 

임시정부 시절 사용하던 주방.

그 당시에 썼던 주전자를 보니 문득 가슴 한 구석이 싸해짐을 느낀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애국지사들의 고통과 번민이 따뜻한 차 한 잔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을까...

 

 

 

김구 선생을 비롯한 애국지사들의 발길이 수도 없이 오갔을 남목청 6호 주변 골목.

임시정부 청사 바로 옆의 유치원을 비롯해 지금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동네 골목풍경이 되어

무심하게 이곳을 드나드는 주민들의 일상 속 한 부분이 되어 있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꽤 깔끔한 골목으로 이곳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괜찮아 보였다.

 

 

 

 

 

 

 

입장료 20위안(약 3,600원).

매표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인증샷을 찍어보았다.

 

창사 임시정부

중국 후난성 창사시 개복구 남목청 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