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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절대 부럽지 않은 부산의 마추픽추/감천동

릴리c 2012. 2. 20. 08:30

삶의 모습마저 예술의 일부가 되는 부산 감천동

 

요즘은 마을 전체가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조성되어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제각각 개성이 있는 예쁜 그림과 색채로 마을을 아름답게 해주어, 많은 사람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관광지'로서도 한 몫 단단히 하는 것 같다.

벽화마을 대부분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 살고 있는 '현재진행형 마을'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부산 사하구 천마산 산자락에 아늑히 자리한 감천동 '벽화마을'.

서울 대학로 주변의 낙산공원, 홍제동 개미마을, 통영의 동피랑 마을 등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규모면에서도 벽화마을 중 가장 넓으면서도 골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무척 좁았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 미로처럼 뻗어 있으면서도 질서가 느껴지는 감천동,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기척마저도 예술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마을 구석구석에서 사람

체취가 느껴진다.

어느 곳에서나 부산 앞바다가 시원스레 보이는 이 마을 사람들은, 그리스 산토리니가 절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감천동(甘川洞) 옛 이름은 감내(甘內, 甘來)에서 왔다고 한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보여준다.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진 주택의 미덕이 살아 있는 감천동은,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옛 추억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소로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사는 민족 문화의 원형과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감천동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벽화 <마주보다>라는 작품이다(위).

어떤 게 진짜 집이고 어떤 게 벽화인지...한참을 봐야 구분이 가능하다.

실재하는 바로 앞 골목풍경을 거울처럼 반사된 형태로 그려놓아, 마치 그 골목에서 사람이

걸어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래 사진의 구조물은,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이다.

민들레의 홀씨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서 꽃을 피우듯, 주민들의 희망 메시지가 마을 안에서

혹은 마을을 떠나서라도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 쯤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가끔은 모든 걸 뒤로하고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지 않은가...

<사람 그리고 새>라는 작품이다.

 

 

 

한 사람 겨우 걸을 수 있는 폭의 골목길이 미로처럼 뻗어 있는 감천동 마을.

좁은 골목이라지만 시선만 돌리면 언제든 부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아름다운 색깔의 지붕들과

건물 벽에 채색된 고운 그림과 미술작품들로 인해, 언덕길을 오르는 수고로움을 위로받지 않을까.

 

 

 

다양한 프로젝트로 꾸며진 '작품'이 곳곳에 숨어 있어, 감천동을 단순한 벽화마을을 넘어

'문화마을'로 거듭나게 해주었다.

<사진 갤러리>와 <평화의 집>.

감천동 문화마을을 둘러보다가 곳곳에 숨어 있는 '스탬프'를 찍으며 자취를 남기는 것도,

이 마을 산책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감천동 문화마을을 걷다가, 햇살 좋은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러나 내 눈에는 생활의 모습이라기 보다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파란 하늘에 그리는 수채화 같은...

우편 배달부 아저씨의 빨간 오토바이 역시 내겐 아름다운 '설치미술'이었다.

 

 

 

다양한 색채와 인정이 있는 마을, 전망이 좋아 심심치 않게 영화 촬영지로도 선정되는 마을,

옛모습과 현재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감천동은 그래서 더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사랑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파트가 주요 거주지로 자리잡은 요즘, 거의 보기 힘들어진 '목욕탕'이 정겹게 들어온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목욕탕에 가면, 아프도록 때를 밀어주시던 엄마의 손길이 문득 그리워지고...

바람에 펄럭이는 옥상의 빨래가 햇살에 싱그럽다.

 

 

감천2동 문화마을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산복도로(위).

 

(아래)정지용의 시 <향수>를 시각화 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산복도로에 설치되어 있다.

안내 간판에는 '정지영의 시'라고 잘못 쓰여 있는데, 하루빨리 바로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전쟁당시 피난민 집단 거주지역인 감천2동은 힘겹던 한민족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부산 특유의 산복도로(山腹道路: 산<山>의 중턱<腹>을 지나는 도로를 뜻하는 말)를 낀 산동네이면서도,

초기 태극교도들에 의해 구획된 질서정연한 구조가 골목길과 함께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서 높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사람 하나 겨우 걸어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과 계단식 주거지로 인해 자동차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지역 특성상, 주민들은 걷는 것 외에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어 보인다.

마을을 빙 둘러 나 있는 산복도로를 통해 마을 버스가 다니는 모양이지만...

붉은 색 철제 구조물을 보는 순간,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마을 저 아래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케이블을 설치하고 중간지점 몇 군데에 정류장(?)을 만든다면

얼마나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을까...

 

 

 

감천동 문화마을을 가기 위해 부산시내의 전철을 탔다.

괴정동에서 내려 마을 버스를 타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는데, 전철 안의 노선표가 자리에 앉아서도

잘 보이도록 큰 글씨로 쓰여 있다.

서울의 지하철도 이렇게 잘 보이도록 해주면 내릴 곳을 확인하러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꿈꾸는 마추픽추, 감천동 문화마을>

위치 :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

문의 : 051-220-5451

http://cafe.naver.com/gamche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