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가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 경복궁과 창덕궁이라면 외국인에게 가장 보여
주고 싶은 도시는 어디일까.
나는 감히 전라북도 전주, 그 중에서도 전주한옥마을을 첫 손가락에 꼽고 싶다.
전주한옥마을은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역사와 전통이 곳곳에 녹아 있는 도시 속 한옥촌으로,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는 '살아 있는 역사촌'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축제가 많은 전주여행은 내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곳으로 연중 아무
때나 방문해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한옥마을 곳곳을 둘러보다 오목대에 올라 한옥마을전경을 보고 나면 전주가 왜 그토록 사랑받는
도시인지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오손도손 머리 맞댄 한옥 기와지붕 선이 아름답고 선비의 숨결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한옥건물과 골목풍경에서 삶의 쉼표가 보인다.
국제 슬로시티로 선정된 전주한옥마을은 한옥, 한식, 한지, 한국소리(판소리) 등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한스타일의 거점도시다.
한옥마을에서 꼭 들어가보아야 할 경기전의 앞길(태조로)은 꽃이 만발한 '꽃길'이다.
내가 하룻밤 묵었던 '동락원'의 일부.
자그마한 마당에 연못을 들여놓아 운치를 자아낸다.
마당 한켠에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고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아름답고 솔향 또한 그윽해
옛 선비들의 풍류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마을 뒷편의 야트막한 산에 올라 한옥마을 전경을 바라본다.
이마를 마주하고 도란도락 이야기꽃을 피우는 듯한 한옥의 지붕이 무척 정겹고 푸근하다.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골목길 정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단풍나무 아래에 둘러앉아 밤깊은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는 정경은 봄밤을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을 지 생각만 해도 정겹고 행복하다.
장독대 항아리들마저 수다로 밤을 지새울 것 같다.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떠 방문을 열어보니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정녕 내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말인가.
보드라운 흙이 있고
새소리 들리는 한옥에서 아침마다 눈을 뜨고 싶다.
지난 밤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한옥의 풍경이 너무나도 근사하다.
아마도 옛날엔 고관대작의 집이었음이 분명한 듯, 넓은 집터에 건물도 여럿이고 각 건물에 따른
마당 역시 넓이가 제각각이다.
내가 잤던 방은 별채였는데 방문을 열면 이렇게 넓은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오고 창을 열면 장독대
딸린 안채가 보인다.
이런 곳에서 며칠 머물며 한옥마을 곳곳을 걸어보고 싶다, 아주아주 느린 걸음으로...
한옥의 특징 중 하나는 굴뚝이 건물과 분리되어 밖에 있다는 점인데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옛 선조들의 예술적 감각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내가 묵었던 방의 모습.
온돌과 창호지 바른 문이 한옥임을 말해주지만, 주방과 화장실이 함께 있어 현대생활의 편리함
을 곁들인 실용적인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아침 밥상과
식사 후 차를 내주는 인심이 정겹고 따스한 아침이었다.
한옥마을의 골목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수많은 사연과 얘기가 담겨 있을 골목을 걸으면 어딘가에서 문득 두런거림이 들려올 것만 같다.
한옥마을의 밤거리 풍경은 또 다른 선물이다.
물레방아가 돌고 물이 흐르는 개울을 지나 5백 년 넘은 은행나무길에 다다르면 살포시 내려와
앉은 달님이 지나는 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 분위기도 정겹기는 마찬가지.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는 중이다.
술맛에 한 잔, 사람맛에 또 한 잔 전주막걸리.
'지금 막 걸렀다'는 뜻을 가진 친근한 술 막걸리 한 주전자를 주문하면 안주는 무료다.
이곳에서는 15,000원에 막걸리와 안주가 푸짐하게 차려진다.
막걸리만 시키면 안주는 그냥 따라나오니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가.
전주한옥마을에서 골목길만 걷다가 돌아간다면... 절반의 구경인 셈.
숨길을 걸어 5분쯤 오르면 나무 계단과 함께 숲길로 난 산책로가 나오고 곧바로 산 중턱에 이른다.
그곳에서 한옥마을 전경을 감상하고 나면 밟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
오목대(지방 기념물 제16호)에 다다르게 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 왜구를 정벌하고 승전고를 올리며 개경으로 돌아갈 때 대풍가
를 부르며 야연을 베푼 곳이다.
조선 태조 어진(御眞)(보물 제931호)
이 어진은 태조 이성계를 그린 초상화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어진으로
한옥마을의 경기전에 모셔져 있는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임금의 어의가 붉은색이었던데 비해
이곳 어진은
임금이 국가의 일을 할 때 차려입는 익선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은 모습이다.
경기전(慶基殿)은 경사스러운 터에 지어진 궁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보관하기 위해 세운 곳으로 많은 역사 유물과 유적이 넓은 면적과
부속건물을 거느린 규모로 태종10년(1410년)에 창건되었다.
아름다운 건물과 주변 경치로 인해 오래 전부터 사극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경기전 내의 부속 건물들.
위 사진의 하단 오른쪽은 제사 지낼 때 쓰는 제기를 보관하는 창고.
경기전 내에는 조선 예종대왕의 태를 묻었던 태실이 있다(위).
(아래사진)경기전 곳곳을 돌다보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탁본과 투호(投壺).
경기전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숲 같은 분위기와 쉼터였다.
울창한 숲을 연상시키는 이곳의 나무들은 마침 신록이 우거져 있어서 평안과 휴식이 절로
이뤄질 것 같은 곳이다.
곳곳에 놓인 나무의자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고, 나 역시
나무그늘에서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한 것으로 여행의 피로를 모두 날려버린 느낌이었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곳이다.
경기전은 6월부터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5월 말까지는 무료인 셈.
우리나라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동성당.
1914년에 지어졌으니 100년 세월이 흐른 유서깊은 성당이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 겉모습이 서울의 명동성당과 비슷하며
초기 천주교 성당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건물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영화 <약속>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래사진) 경기전 내에서 바라보이는 전동성당.
동서양이 만나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듯 보인다.
경기전 앞으로 난 길은 전주 한옥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태조로인데 이 길의 대부분을 차지한
경기전(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을 느릿한 걸음으로 발길을 옮기며 마음 가는대로 걷다가 쉬다가 날이 저물어도 좋을 것 같다.
경기전 앞 태조로는 지금 꽃으로 뒤덮여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적어도 1박 2일, 그것도 이틀 꼬박 둘러봐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이 있고 전주향교 등 둘러볼 곳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인데, 1박
했다고는 하나 만 24시간 정도 체류한 것이어서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쉽다.
그 중 부채만들기 체험을 했던 '선자장'은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전통문화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한옥마을은 국제 슬로시티 연맹으로부터 2010년 11월 27일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시절 저항의 상징이자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뿌리.
민족혼이 살아 있는 전주한옥마을은 슬로푸드의 대명사인 비빔밥과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를
온전히 간직한 곳으로 거대한 전통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선포사를 통해 '서울이 한국 행정의 수도라면 전주는 한국 전통문화의 수도'라
밝히고, 전주한옥마을을 최초의 도시형 국제슬로시티로 브랜드화하기 위해 국제적 브랜드로 선포
하였다.
-국제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 지정 선포사 중에서-
여수 엑스포에서 과학의 최첨단 기술을 접할 계획이 있다면 중간에 꼭 전주를 집어넣는 것도 지혜로운
여행이 될 터. 현재와 과거의 공존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만끽한다면 오래
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이 될 게 분명하다.
여수와 전주의 거리는 기차로 1시간 40분, 버스로 2시간이면 전라도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느끼고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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