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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그림에 시를 입힌, 부부가 빚어낸 아름다운 포토에세이 전

릴리c 2012. 9. 4. 08:30

부부의 행복찾기, 당신은 어떠세요?

 

부부가 나란히, 다정하게 나이들어가는 것처럼 아름다운 삶이 또 있을까.

부부는 전생에 서로 빚진 사람끼리 만나 사는 거라고 하던가.

전생에 서로에게 지은 빚이나 죄를,

함께 살면서 아낌없이 사랑하고 잘 해주며 그 빚을 갚기 위해 부부가 되는 것이라는...

그런데 우린 전생의 그 빚을 갚기 위해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얼마나 마음을 다해 살고

있을까.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전시를 보면서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남편이 그린 빛그림에 아내는 잔잔한 물결 같은 언어로 옷을 입힌다.

부부가 엮은 <따로 또 같이>展.

이들 부부야말로 서로에게 진 전생의 빚을 착실히 갚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될 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깊고 서로를 존중하며 참 아름답게 살고 있다. 

 

 

남편이 사진을 찍고 아내는 글을 쓴다. 

사진작가 최정호(분당꽁지)와 수필가 김단혜.

 

아내는 남편의 사진 중 시상이 떠오르는 작품을 골라 시를 쓴다...

마치 씨줄날줄이 엮어져 아름다운 비단이 탄생하는 것처럼.

남편의 빛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반짝거리는 언어로 심연의 세계를 그려내는

아내의 맑은 심성이 참 곱다.

전생에 이들은 어쩌면 함께 비단을 짜던 부부가 아니었을까...

이번 <따로 또 같이>전은 말하자면 부부 합동 포토에세이 전인 셈이다.

 

 

사진작가 분당꽁지(최정호)님을 알게 된 건 4년 쯤 전으로,

내가 처음 DSLR 카메라를 손에 쥐었을 때 어느 프로 사진가들의 카페 모임에 참가하고 부터다.

몇 번 그 모임에 참가하면서 조금씩 빛을 알게 되었고,

오늘까지 사진이라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데 그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최정호 씨와 그의 부인 김단혜 씨와도 친분을 쌓고 있는 중이다.

 

 

 

자신들의 합동 작품 아래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부부.

자신을 항상 美 親 男이라고 주장하는 최정호 씨는 일이 없을 땐 무조건 '빛을 찾아' 나선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런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늘 조용히 내조하는 아내를 최 작가는 존경한다고 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김단헤 씨, 요즘은 남편의 출사에 왠만하면 동행하는 모양이다.

함께 나선 출사길에서 남편이 빛그림 그리기에 열중해 있는 동안, 아내는 늘 책과 함께 하더니

요즘 들어선 빛그림에 빠진 남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간 부부 사진전을 연다는 연락이 올 지도 모르겠다.

 

 

아래 글은 남편(최정호)이 찍은 사진(위)을 바탕으로 아내(김단혜)가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풀어낸 '뒷얘기'이다.

 

♧ 내 귓가에 들리지 않던 소리를 찾아

 

작품의 배경은 남이섬입니다.

나미 나라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난 남이섬은 외국인들로 붐빕니다.

동남아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춘천 닭갈비와 계란 이 얹힌 추억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마차가 달린 2인용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호수를 바라보며 초코 프라페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숲길을 지나다 목걸이를 한 나무를 만났습니다.

수목장을 치른 사람의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바람 소리 새 소리 물소리에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문득 수목장을 치룬 ′프란츠 카프카′의 오규원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오래도록 책을 읽었습니다.

박범신의 『은교』입니다.

내 모습을 남편이 찍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 사진은 많은 것을 내게 가져다주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책 읽는 사진전에 입상했습니다.

또한 산림청주최 사진전에서도 상을 받았습니다.

문학회와 함께 하는 포토에세이전에 출품도 했습니다.

거실 벽에 수년째 걸어놓았습니다.

흔들리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요트를 사고 싶으면 요트 값을 묻지 말라고 하던 박범신을 가슴에 새깁니다.

 

 

분당 어느 조그만 커피 갤러리 안젤라 카페에서 부부의 <따로 또 같이>전이 열리고 있다.

이른 시간에 찾아가니, 기분 맑혀주는 커피향이 바람처럼 온 몸을 휘감는다.

이곳 커피는 문화센터에서 커피 드립 강의를 하신다는 주인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로,

최고의 맛과 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며 김단혜 씨는 말한다.

 

 

 

 

최정호의 아내 김단혜... 그녀는...

늘 조용하지만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여자,

들릴듯 말듯 나붓나붓 얘기할 때면 그녀의 말에 귀를 쫑끗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여인,

1년에 책 5백 권 이상을 읽어치우는 여성,

남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듬직한 아내,

아이들의 다감한 엄마로,

마음 따뜻한 며느리로 살고 있는 그녀.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세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마도 지금보다 더 곱고 섬세한 날줄과 씨줄을 엮는 작업을

남편과 함께 하지 않을까. 

 

 

 

최정호 작가에게 '아내 김단혜'는 뽀빠이의 시금치 같은 존재가 아닐까~ㅎㅎ

그동안 내가 느낀 이들 부부에 대한 단상이다^^*

 

 

 

 

 

남편을 끝없이 믿어주는 '무한신뢰'의 여신, 김단혜.

앞으로도 쭈욱~~ 남편의 에너지원으로 살아가시길~~

그리고 수필가로서도 대성하시길~^^*

 

 

 

 

전시는 2012년 9월 1일부터 15일까지

분당구 야탑동 342-3 엔즈빌 오피스텔 116호 안젤라커피숍

전화 : 031 745 0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