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추운 날도 이곳에 가면 따뜻하다? 갤러리 같은 삼청동 길은...
27년만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추위를 무릅쓰고 삼청동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언제 가봐도 늘 색다른 표정을 만나게 되는 곳,
이번엔 어떤 모습이 내 앞에 펼쳐질까
설렘 앞에 추위는 눈녹듯 사그러듭니다.
행복한 미소가 이곳을 찾은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태양은
그날도 변함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추위를 타는 사람에겐 따스한 햇살을,
외로운 이들에겐 즐거움을,
사랑을 잃은 사람에겐 희망을 주기 위해...
"부러우면...
지는 거다~!"
갤러리 안의 또 다른 풍경
"난 네가 작품인 줄 알았다~!!"
빨강색이 시선을 잡는 어느 갤러리 앞을 지나다
전시장의 색다른 작품(?)에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벽에 걸린 작품 때문이 아니라
붉은 탁자 위의 '조각품' 때문이었지요.
앗, 그러나 그건...
조각이 아니라 어여쁜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오래오래... '조각 작품'으로 기억될 겁니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
.
.
살그머니 엿보는 거,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겠지요...
주인님을 따라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든 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살이가 너무 버거워
때로는 뒹구르기도 하고 엎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급히 달렸나봅니다.
헉헉~~!!
달콤한 감주로 목을 축이니
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바로 지금이네요~!
웃음은 만병통치약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올 한해도 웃을 일만 가득~~했음
좋겠습니다^^*
삼청동을 걸으면 이런 애들도 만나죠~
낚시하는 고양이 친구들입니다.
저도 이 아이들 몇을 집으로 데려다 놓았어요.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질 것 같은 이쁜 신발들,
삼청동의 겨울은 겨울이 아닙니다.
벌써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삼청동에선
누구나 주인공입니다.
주변 경관과 어울려 언제 찍어도
언제 찍혀도
모두 사진 속 주인공이 됩니다.
주차장 아저씨도
길을 걷는 연인도
쇼 윈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델도
혼자 걸어가는 그 사람도 모두...
오래 되어 낡고 바랜
빈티지 대문까지 '작품'이 되는 곳,
골목 안 어느 출판사 간판에서조차
범상치 않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
내가 삼청동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인간의 사랑과 불안, 고통, 죽음을
클림트의 제자였던 에곤 쉴레보다 더 잘 표현한 화가가 있었을까요...
어느 뒷골목 담벽에 그려진 에곤 쉴레의 그림 앞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무엇이나
캔버스가 되고 그림이 되는 곳
당신은
화가입니다.
배움엔 끝이 없습니다.
자연이 그린 그림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화려하거나
예쁘거나
예술적인
갤러리 같은 상점들,
그러나 그들이 주인공은 아닙니다.
그 앞을 기웃거리거나
무심한 듯 스쳐 지나는 당신,
누가 뭐래도 이 길의 주인공이십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좁은 골목 안을 들여다 봅니다.
거기엔
생각지도 못한 예쁜 풍경들이 숨어 있더군요.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작고 앙증맞은 캐릭터 상품에서부터
뒤란으로 통하는 건물 벽의 전기 계량기조차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골목 풍경을 담다보니
마치 내가 화가가 된 것 같습니다.
삼청동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나는.
갈 때마다 다른 표정을 만나는 곳,
내가 삼청동 길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캐논 85mm 단렌즈로 찍어본 풍경 테스트 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