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요리

[원주맛집]맛집에 관심없던 남편이 강추한 뽕잎밥-원주 '뽕순이밥'

릴리c 2013. 1. 25. 08:00

남편이 내게 추천해준 맛집, 이젠 내가 강추하고픈 곳

                                                            원주시가 자랑하는 뽕순이밥

 

오늘은,

두어 달 쯤 전, 원주에 볼일 보러 갔다가 현지인의 안내로 뽕입밥을 먹고 돌아온 남편이

내게 꼭 맛보여줘야 한다며 일부러 볼일을 만들어 데려가준 뽕잎밥 이야기를 하겠다.

하지만 곤드레나물을 넣고 지은 곤드레나물밥은 전부터 몇 번 먹어봤기에

뭐, 그 맛과 비슷하겠지, 했었다.

남편은 맛있는 음식 찾아다니며 먹는 미식가도 아니고 남들처럼 '어디에 무엇이 맛있더라'

하는 소문에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그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에 대해선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도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따라 나섰는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쇠솥에 뽕잎을 넣어 지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 밥이었는데...

그릇에 퍼 담고 비빔된장을 넣어 비벼 먹으니

뽕잎의 부드러움과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예상치 못한 상큼한 맛으로 나를 놀라게 한다.

봄날,

연한 새순을 따서 살짝 데치고 양념하여 무쳐 먹으면

집나간 입맛 돌아올 정도로 미각을 깨우는

기막힌 맛의 주인공이 바로 뽕잎이다.

그 뽕잎을 넣어 지은 밥이니 그럴 수밖에~!!

 

뽕    잎

뽕잎은 예로부터 신목(神木)이라 불리웠는데

 오래 먹으면 신선의 약이 된다고 하여 누에와 뽕나무 등을

치료약으로 써왔다.

뿐만 아니라 뽕잎은 영양가 높은 이파리 채소로서

미네랄이 풍부하여 녹차보다 4.7배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고,

다양한 아미노산이 24가지나 포함되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채소다.

특히 봄의 뽕잎순은 영양소와 좋은 성분이 큰 잎보다 많이 있다고 한다.

 

(관련문헌 : 동의보감, 본초강목, 신농본초경, 일화본초, 성제총록)

 

 

 

 

 원주 터미널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0분 쯤 가니 목적지에 닿는다.

큰길에서 서너 발자국 골목길로 들어가자 평범한 2층짜리 시멘트 건물이 나오고

1층에 '뽕순이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 집은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철저한 '예약제' 식당이다.

안에 들어가니 따뜻한 물을 주전자째 내준다.

 

컵에 따라 한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건 그냥 차가 아니었다~!!

구수하고 달큰하고 뭔가 향긋하기도 한...

실로 오묘한 차맛을 냈다.

후후 불어가며 한 잔을 다 마시고 또 한 잔을 따라 마신다.

한방재료와 약초 등 20여가지의 재료를 넣고 끓인 물이라 하니

보약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난 지금도 뽕잎밥과 함께 그 물맛이 그립다.

 

 

 먼저 밑반찬들이 차려지고 이어서 무쇠솥이 등장한다.

(먹는데 정신 팔려 전체 상차림 찍는 걸 깜빡했다~!)

"좀 더 뜸 들인 후 뚜껑을 열라"는 주의에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뚜껑을 열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향긋한 뽕잎 향이 코끝을 간지리니

와락 식욕에 휩싸이고

나도 모르게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뽕순이밥'에서는 뽕잎 장아찌 맛도 일품.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삼합처럼 돼지고기 수육과 싸서 먹으니

돼지고기의 느끼함이 사라져 담백함에 고소함이

그야말로 환상궁합이다.

 

 

 

뜸이 잘 들어 윤기 자르르 흐르는 밥을 그릇에 퍼 담고

두 가지 양념장 중 간장양념장을 넣어도 맛있을 것 같았지만

난 된장양념장을 넣고 비볐다.

마트에서 파는 된장맛과는 차원이 다른

집에서 담근 장맛이 느껴진다.

마치 엄마의 손맛 같다.

 

 

 

취향에 따라 된장양념장이나 간장양념장을 넣으면 된다.

여기에 어울리는 것은 역시 된장찌게.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게야말로 한국인의 대표음식~

비빈 뽕잎밥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역시 난 맛집블로거는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한참 먹다가 생각나 그제서야 풀샷 사진을 찍었더니

상차림이 좀~ㅎㅎ

속을 시원하게 다스려주는 누룽밥과 숭늉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고향 같은' 음식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다가 본 '온장고'.

그 안에는 솥에서 퍼낸 밥을 담을 그릇이 들어 있었는데,

그릇을 미리 뎁혀서 밥이 식지 않도록 하려는 주인의 배려가

참 따스하게 느껴진다.

 

 

원주시 명륜동의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흔해보이는' 밥집 모습이지만,

음식의 맛과 인심은 매우 '특별'한 집이다.

한 번 가보면 꼭 다시 찾게 되는 '뽕순이밥'.

이집은 그날그날 장사할 분량만 재료를 준비해 장사하기 때문에

재료가 떨어지면 시간에 관계없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대개는 점심만 하니

꼭 전화로 예약하고 가야한다.

 

 

원주의 지인과 택시기사에게서 들은 얘기.

원주에는 특별히 이렇다할 맛집이 없었는데

수십 년 동안 뽕잎 음식으로 맛을 내 온 '뽕순이밥'이

이젠 원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에 원주시에서는 뽕잎을 이용한 음식을

이 지역의 특화된 음식으로 지정하려 한다는 것.

원조격인 '뽕순이밥'이 입소문을 타자

요즘음 뽕순이밥 주변에 몇 군데 아류 음식점들이 생겨났고

서로가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우리가 먹은 '뽕순이밥'을 원조로 인정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