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빚어놓고 간 보석인가, 두브로브니크의 야경에 혼을 빼앗겨도 좋다
태양이 빛나던 낮의 모습이 선명한 수채화였다면,
밤의 두브로브니크는 검은 벨벳에 보석을 가득 새겨넣은 여왕의 파티 드레스였다.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려는 듯 아드리아 해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에, 낮과는 다른
설레임과 밀려드는 아쉬움을 실어 보내기로 했다.
이 밤이 지나면 난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우린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마음껏 걷고 마음껏 노래하며 욕심껏 구경하는 것만이 두브로브니크를 오래 기억토록
하는 방법이니까.
호텔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시내 야경.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매력이 철철 넘치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크로아티아가 1991년 유고 연방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독립을 막으려는 연방 세르비아군과 유고 내전이 발발했고,
세르비아군이 두브로브니크를 공격하자
서구 지식인들이 앞바퉈 이곳 앞바다에 보트를 타고 나와
"제발 이 도시만은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그들은 또 인간띠를 만들어 올드타운을 에워싸며 공격저지를 호소했고
그 결과 세계문화유산은 오늘날까지 후손들에게
매혹적이고 숨막히게 아름다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었다.
밤에 다시 찾은 올드타운 플라차 거리의 대리석 바닥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북적대던 여행객들과 태양의 열기는 차츰 수그러들어
차분한 밤공기로 변했지만,
추억을 새기려는 사람들에게 더없는 다정함으로 맞아준다 했더니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릴 유혹하고 있다.
호텔로부터 걸어서 10분이면 되는 올드타운이지만
1분이 아까운 우린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를 탔다.
올드타운 입구에서 바라보는 필레 게이트,
낮의 모습과 달리 아무에게도 허락지 않을 완벽한 철옹성처럼 보인다,
열려 있는 저 문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문을 올렸다 내렸다 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적의 침입을 막았다는 정문.
역사 속으로 우린 다시 들어간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낮의 모습과 달리
공연이 끝나고 불 꺼진 무대에 들어선 것 같은
공허함이 드는 건 왜일까...
높고 단단한 벽에 손을 대고 가만히 쓸어보았다, 그리고 귀를 댔다.
세월과 함께 역사 속으로 묻혀들어간 수많은 진실을
들려주는 건 아닐까 하여...
연주하는 사람은 바뀌었지만 낮에 그랬던 것처럼
기타 멜로디가 우릴 다시 반긴다.
학이 다리 하나로 서 있는 것은
한쪽 다리를 쉬기 위함이라고 했던가,
거리의 연주자, 몇 시간이고 서서 연주해야하니
이 사람 역시 다리를 한쪽씩 쉬게 하려는 것이렸다.
한쪽 다리를 벽에 기댄 채 여행객들과 눈을 마주친다.
(아래 사진은 같은 장소를 낮에 찍은 것임)
음악을 들려주었으니 감사 표시를~^^*
남편이 연주자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있다.
아~~ 아름다운 플라차 거리여~!!!
내 속마음까지도 들켜버릴 것처럼 반들반들한 이 대리석 바닥을
언제 다시 걸어볼 거냐~
실컷 봐 두어라~
나를 기억하도록 발바닥에 꼭꼭 힘주어 걸어보자~
단단한 바닥이 스르르 꺼지고 내 육신이 그 안으로 빨려든다.
가만 보니 육신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그곳에 두고온 내 마음을 언젠간 찾으러 가얄 텐데...
커피 광고에서처럼
저 앞 어디선가 고현정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이 곳에선 어떤 상상을 해도
어떤 착각에 빠져도 모두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노천 카페엔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얼굴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여유가 담겨 있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또 우릴 반기고 있다.
창을 통해 새어나오는 불빛에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삶을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졌고
바다를 품은 사람들답게 여유와 위트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환한 웃음이 오갔고
오랜 친구를 본듯 손을 흔들어 반겨주었다.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는
모든 여행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법의 도시였다.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엔 이곳만의 독특한 문양이 있다.
줄무늬.
가는 곳마다 보이는 줄무늬 티셔츠, 모자, 신발까지...
얼핏 평범해 보이는 무늬 같지만
두브로브니크만의 추억이 담긴 티셔츠 한 장 쯤 사는 것도
즐거운 기억이 될 것 같다.
분명 낮에는 보지 못하던 것인데
창 밖으로 늘어뜨린 인형이 시선을 붙든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해 나만의 즐거운 상상을 시작한다.
두브로브니크여, 영원하라~^^
발칸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
이곳 두브로브니크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오빤 강남 스타일~!!"
하며 지들이 먼저 말춤을 추던 젊은이들,
한바탕의 퍼포먼스에 그들은 무척 즐거워했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짜슥들~!!
아까 낮에 '마켓'이 들어섰던 루짜 광장에 오니
노천 카페가 들어섰고 그 앞에 악기들이 놓여 있다.
거리 공연이 펼쳐지나보다 생각해
맥주를 시켜 놓고 우리도 자리를 잡았다.
마야라는 여성 가수의 공연이 펼쳐진다.
두그두그두그두~~~
마야의 노래에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관광객들,
춤추고 키스하고...
그 모습마저 아름답기 그지없다.
꼬마들 손엔 여전히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고...
아, 아름다운 밤이여~~!!
공연이 시작 되기 전,
동행한 DJ 김광한 씨가 그녀와 즉석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녀는 크로아티아의 인기가수로, 몇 년 전 영국 음악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한다.
본격적인 국내(크로아티아) 활동에 앞서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두브로브니크에서 새로운 트레이닝을 하는 중이라는 것.
마야는 크로아티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중
크로아티아의 그래미 상으로 일컬어지는 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김광한 씨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당신을 한국 공연에 초청하고싶다'고 했고,
그녀는 쾌히 수락하는 '즉석 구두계약'을 맺기도 했다.^^*
마야의 공연에 흥이 난 DJ 김광한 씨,
그 흥을 주체못하고 급기야 덩실춤을 피력했다는 니우스~ㅋㅋ
(초록색 원내)
여기서도 인증샷,
절대 빼놓을 수 없지요~!!
마야의 공연을 구경하던 관람객(?!) 쪽으로 카메라를 대자
빨간 티 아저씨, 갑자기 내 시선을 끈다.
그렇담 내 안 찍을 수 없지~!ㅎㅎ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
뭐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여행 중에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런 부분이다.
동양인에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게 거의 금기시 되어 있지만
서양인들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주니 말이다.
마음이 열려 있어서일까...
물론~ 100%가 다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낮과 마찬가지로 밤의 플라차 거리 역시
아이스크림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나 또한 두브로브니크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아이스크림 먹어 주시고~ㅎㅎ
마야의 공연을 뒤로 하고 돌아나오다
또 하나의 '거리 공연'을 만난다.
다시 호기심 발동한 DJ 김광한 씨,
그들에게 다가가 자신을 먼저 소개하자 이 연주자들,
오홋~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들에게 뭔가를 제의하는데...
오호라~!!
'남자의 자격'에서 '청춘 합창단'의 솔리스트로 활약했고
한국의 '요들 할매'로 빵~ 떠 있는 소프라노 유혜정 씨와의
조인트 콘서트(!)를 주선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이에 한 치도 빼는 법 없이 먹던 아이스크림 계속 먹으며
노래하는 유혜정 씨의 퍼포먼스와
그 모습에 뻑이 간 현지 연주자들, 그리고 외국 관광객들~~~
한밤의 플라차 거리는 열광의 도가니였다나 모라나~~
암튼 못 말리는 대한의 엔터테이너들 덕분에
두브로브니크의 밤은 더욱 근사했으니~ㅎㅎ
지금도 이 사진만 보면 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대단한 재주꾼 유혜정 씨, 대기 만성형이신듯~~~^^*
즉석 주문에도 막힘 없이 술술~~
유혜정 씨는 마치 죽박스, 자판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노래와 퍼포먼스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넉다운 시킨다.
때로는 요들로 때로는 뮤지컬로...
동참함으로써 더 즐거웠던 거리 공연이 열린 곳은 바로
오노프리오 분수 옆이었다.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 슬프게 했다.
인증샷 잘 찍지 않던 나도 이곳을 그냥 두고 가기 아쉽고 아까워
포즈를 취했다.
언제 다시 이 거리에 되돌아올 수 있을까...
호텔에서의 저녁 식사.
해산물과 채소, 과일이 풍성한 식사로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음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맛있는 식사가 주는 행복을 이 날 저녁엔 서둘러 짧게 끝냈다.
이유는?
플라차 거리의 밤풍경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
그날 밤,
식사시간을 줄인 데 대한 보상을 넘치도록 받았으니...^^*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해소시키기에 충분한 쾌적한 호텔 방.
발칸에서의 호텔은 저마다 개성 있는 분위기였고
모두 마음에 들었는데, 두브로브니크 역시 좋았다.
넓은 책상이 있어 노트북과 카메라 등 장비를 올려놓고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했다.
발칸 여행에서 대부분의 호텔에 인터넷 연결이 잘 되어 있었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도 꽤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땡큐한 여행이었다는~.
남편은 날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중계를 했던 모양~^^
(다음엔 어느 곳을 여행할 지 아직은 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만족도를 높여준 레드캡 여행사를 다음에도 선택할 생각이다)
크로아티아의 또 다른 곳 보기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천년고도 자그레브 http://blog.daum.net/lilyfield/7837396
에메랄드빛 호수 플리트 비체 http://blog.daum.net/lilyfield/7837398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트로기르 http://blog.daum.net/lilyfield/7837401
달마시안의 꽃 스플릿 http://blog.daum.net/lilyfield/7837406
두브로브니크의 낮 http://blog.daum.net/lilyfield/7837438
두브로브니크, 성벽걷기 http://blog.daum.net/lilyfield/7837499
두브로브니크, 누드해변 http://blog.daum.net/lilyfield/7837505
크로아티아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