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칸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1700년 된 궁전에서 달마시안을 만나다(발칸여행)

릴리c 2012. 12. 18. 08:30

서민들의 삶이 현재 진행형인 오클레시안 궁전/크로아티아 스플릿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 스플릿은  아드리아 해안의 역사를 간직한 휴양도시로 고대로부터

주권을 갖고 자체적으로 법과 화폐를 지닌 번영했던 자치 도시국가였다.

그런 옛날의 영화를 반영한 로마궁전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스플릿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가 건설한 궁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로마 유적 중

가장 보존상태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데, 동서 길이  181m, 남북 215m, 성벽은 높이가

20m 두께가 2m에 이르는 성 안에서 현재 1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과거 유적'이 아닌

'현재 진행형' 로마유적이엇 수많은 여행객이 궁금해 하고 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스플릿은 크로아티아 중부 달마시아 해안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달마시안 산은 모두 하얀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고 거기에 푸른 나무가 바위 암석에 붙어 있어

하늘에서 보면 얼룩무늬의 개를 연상케 한다.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점박이 개

의 고장이기도 한데 그곳에서 만난 점박이 개 달마시안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종탑에 오르며 내려다본 스플릿 시가지와 해안가.

 

크로아티아 스플릿은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를 끼고 있어 연중 휴양지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문화가 존재해 무한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여행객을 한껏 설레게 한다.

스플릿을 유명하게 만든 디오클레시안 궁전을 보기 위해 유럽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을 만큼 매력이 넘치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디오클레시안 궁전으로 들어가 볼까~.

 

 

디오크레시안 궁전의 중앙에 자리잡은 도미니우스 대성당의 종탑에 오르면

궁전이 있는 구시가지와 스플릿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된다.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하는 붉은 기와 지붕이 아름답고

아드리아 해에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선박들과 요트가

이곳이 휴양도시임을 말해주니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서문 밖의 재래시장.

이곳은 늘 장을 보러 온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고 하는데

재미 있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 얘기는 조금 이따가...

 

 

스플릿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디오클레시안 궁전 남문 입구.

남문 앞 200m에 이르는 바닷가 산책로인 리바 거리에는

디오클레시안 성벽을 따라 줄지어 선 야자수와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해

이런 곳에서 며칠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예전엔 아래 사진의 안내도에서 보듯 바다에 면해 있었다고 한다.

'청동 문'이라 일컬어지는 남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간다.

설명하는 사람은, 해박한 지식으로 발칸여행 내내 즐겁고 유익한 안내를

해주었던 가이드 이수영 씨.

 

 

 

남문을 통해 들어가니 지하 궁전의 모습이 나타난다.

1700여 년의 세월이 녹아 있을 공간에

기념품 가게와 상점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모습에서

 시공을 초월한 역사가 끊이지 않고 흐른다는 사실이 느껴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 궁전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니 '디오클레시아스 궁전'의 중앙인

페에타 광장(열주 광장)이 위용을 드러낸다.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늘어선 모습에 그 옛날의 영화가 느껴진다

광장 오른쪽에 도미니우스 대성당이 있고

그 맞은편(왼쪽)의 좁은 골목 안으로 먼저 들어가 보기로 했다.

 

 

 

높은 건축물에 비해 좁은 골목이 인상적이다.

궁전 안 어느 골목인가는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아

'세계에서 가장 좁은 골목'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길지 않은 골목 끝에 약간은 초라해 보인다 싶은 건물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바로 '주피터 신전'이다.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는 자신을 주피터의 아들이라고 칭하며 신전을 만들었다.

그는 병사에서 황제에 올라 기독교를 박해한 인물로,

303년 기독교 탄압을 위한 칙령을 발표,

3천 명의 신자를 고문하고 죽인 악명 높은 황제이기도 하다.

신전 앞의 검은 색 스핑크스는 5세기에 이집트에서 가져다 놓은 것.

이곳은 후에 기독교인들에 의해 세례당으로 바뀌었다.

 

 

 

페에타 광장(열주 광장).

황제 시절 행사나 회의가 열리던 장소로

 지금은 이곳에서 가끔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고.

관광객들은 이곳 로마시대로 돌아가 돌계단에 앉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다리도 쉴겸 돌계단의 빨간색 방석에라도 앉을라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금새 레스토랑의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하라고 요구한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수천 년 로마 유적 한 가운데서 차 한잔 하며

여유를 부리는 것도 호사일 텐데...^^

 

 

 차를 마시며 쉬는 일가족의 모습에서

'여행의 참맛'이 느껴진다.

내가 바라는 여행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게 아닐런지...

 

 

페에타 광장의 남측에 자리한 이 건물()로 들어가니

천장이 뚫린 둥근 돌건축물이 나타난다.

이곳은 황제 알현실로 쓰였던 건물()이라는데

우리가 들어가니 네 명의 아카펠라 가수들이 고운 합창을 들려준다.

달마시안 지방의 전통 민요가

돌로 지은 원통형 건물 벽을 타고 공명이 잘 되어

더욱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그들이 부른 노래 CD를 사고 싸인을 받아 기념촬영까지 했으니

발칸의 추억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도미니우스 대성당.

이곳은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스플릿 초대 주교 도미니우스의 관이 안치된 곳이다.

 

스플릿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하기 위해 이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다.

(입장료로 2유로인지 얼마인지를 냈다.)

60m 높이의 종탑에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힘들다고 올라가기를 포기한 사람도 많았으나

난 그럴 수 없었다. 다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그 무렵 내 무릎에 이상이 생겨 주사를 맞고 여행을 떠났던 터였는데,

그때 내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씩씩하게(!) 끝까지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하다.

난 역시 '여행 스타일~~'?ㅎㅎㅎ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아래를 보니 현깃증이 날 만큼 까마득하다.

아마 나처럼 어찔했던 사람이 있었던 걸까.

저 아래 바닥에 떨어진 신발 한 짝.

그 주인은 되찾을 수 없는 신발을 보며 얼마나 애가 탔을까.

손에 잡았던 풍선을 놓쳐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하던 어린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계단을 오르는 중간중간 밖을 내다본다.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도 카메라 셔터에 자동적으로 손이 가고

숨을 참는다.

한 컷 한 컷 담는 동안 발칸의 추억은 켜켜이 쌓이게 되고...

훗날 그걸 다시 꺼내보는 순간의 행복을 미리 느껴보는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렸다^^

 

 

 

 

 

 

 

걸어서 구경하는 디오클레시안 궁전.

개인적으로 여행하면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이곳에 문의해 보심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공식 가이드가 기다릴 것이다.

 

궁전 건물이지만 현재 주민이 살고 있다.

건물 사이에 내건 빨래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이곳은 역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이야~~.

응응

 

 

 

궁전의 북문(황금 문)을 나오니 큰 동상이 기다리고 있다.

한 손에 성경을 들고 특이한 포즈를 취한 이 동상은

그레고리우스 닌 주교의 청동상이다.

그는  10세기 크로아티아 출신의 대주교였는데,

크로아티아인들이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로 미사를 볼 수 있도록 투쟁했던 인물.

1929년에 조각가 이반 매스트로비치가 조각한 것으로

높이가 4.5m에 이른다.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 때문에

동상의 발이 반들반들하게 달아 있다.

 

 

 

오호~!!

드뎌 네 고향에서 너를 만나는구나~~ 달마시안!!!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을 막 떠나려고 할 때,

앗~ 어디서 나타난 걸까~

갑자기 내 앞으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비록 몇 초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점박이 개 달마시안을 달마시안 지방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반갑다, 달마시안~!Hi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이 있는 북문의 보수공사 가림막에

현대의 로커 그림이 재미 있어 또 한 컷.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걷는다.

빨래가 널린 골목도 있는가 하면,

카페가 늘어선 골목도 지난다.

수천 년 세월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오늘도 내일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지나온 세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들반들한 자갈길을 걸었던 내 발자국 소리는

세월 속에 영원히 묻히고 말겠지만,

이마를 마주한 건물과 바닥의 돌들은 기억할 것이다.

 

 

 

 

 

반쯤 허물어진 서문을 통해 궁전 밖으로 나오니 이번엔

골동품 같은 벼룩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벼룩시장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 물건 주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문 바로 앞은 재래시장 '그린 마켓'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물건을 다는 저울이 우리의 6~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추 저울'이다.

한 쪽에 물건을 담고 다른 쪽에 추를 올려 무게를 가늠해

가격을 매기는데, 가격 만큼의 물건에 '덤'은 필수였던

우리네 옛 관습이 이곳에서도 재현되고 있었다.

 

 

이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재미 있는 사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는~!

흥정하고 깎고 덤을 얻어내는 것이

꼭 우리 어머니 세대를 보는 것 같아 얼마나 정겹던지~~^^*

 

 

어른 주먹보다도 더 큰 가지가 신기해 또 찰칵~!

 

 

남문 밖 마리안 해변.

무역과 관광도시인 스플릿 항구에 대형 크루즈 선박과 요트 등이 정박해 있다.

아테네, 베네치아, 이스탄불 등을 왕래하는 선박들인데

 스플릿은 이탈리아나 아드리아해 연안의 여러 섬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발칸 여행은 계속됩니다~

 

따뜻한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