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보러 여의도 간다고? 나는 우리동네서 놀아요~!!
중랑천변 뚝방길 벚꽃 터널로 오세요~
끝없이 이어지는 꽃샘추위, 대체 봄은 어디서 헤매느라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걸까,
연일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에 부러워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서울 동대문구)에도 꽃바람이 찬바람을 몰아내고 벚꽃과 목련이 만개했습니다.
서울에서 벚꽃 구경 하면 흔히 여의도 윤중로를 떠올리곤 하지만, 요즘은 각 지역마다
여의도 못지 않은 꽃길을 조성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내 고장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들어 주더군요.
제가 사는 동네에 중랑천변 뚝방길(그 아래로는 동부간선도로)은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룹니다.
이 동네로 이사오게 된 것도 4~5km에 이르는 바로 이 벚꽃길 때문이었습니다.
5년 전 이곳으로 이사온 후로는 벚꽃구경하러 여의도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길게 이어지는 꽃샘 추위로 찬바람이 강하게 부는 일요일,
꽃구경을 나섰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과 혹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겸한 꽃구경을 하고 있더군요.
가만 보니 사람들 보다 강아지들이 더 신이 난 것 같습니다.
주인보다 더 경쾌한 발걸음으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걸어가네요.
"너도 기분 좋으냐?"
"네, 아주 신나요, 멍멍~!"
주인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며 걷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 터널입니다.
다정한 사람과 둘이서
혹은 삼삼오오,
혼자 구경나온 사람도 있지만
표정은 벚꽃 만큼이나 환하네요.
어린 시절,
솜사탕 하나 손에 들면 마음은 이미 풍선처럼 부풀곤 했죠.
자전거를 타고 오던 아이가
그 앞에 멈추었습니다.
'저 솜사탕 하나 먹었으면...'
조금 늦게 온 엄마와 아빠에게 졸라
드디어 솜사탕 하나 받아듭니다.
요즘은 솜사탕을 컵에 담아 팔기도 하네요~^^*
그래도 구름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커다란 솜사탕 만할까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
인증샷입니다.
"김치~!!!"
"예쁘게 찍어주세요~!!"
고운 추억 하나 보태어집니다.
"사진이 없으면 추억도 없습니다."
예전엔 이런 곳에선 으례껏 너도나도 기념촬영을 하곤 했는데...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인화해 주시는 아저씨,
"이젠 예전만 못하다."며
서운한 눈치십니다.
중랑천 맞은 편 뚝방길에도 긴 벚꽃 터널이 장관입니다.
일시에 확~ 피었다
짧은 순간 흩어져버리는 벚꽃,
사라지기 전에 열심히 찍어둡니다.
이 시간만 지나면 곧 추억이 되고 말 테니까요.
벚꽃 너머로 제가 사는 아파트가 보입니다.
이렇게 지척인데도
이곳에 이사와 사는 5년 동안 제대로 꽃구경 한 건
불과 2~3번밖에 안 됩니다.
일시에 피었다 지는 벚꽃 특성 때문에
시기를 놓쳐버린 탓이지요.
바람이 찬 탓에 4~5km에 이르는 벚꽃길을 다 걷지는 못했습니다.
1km쯤 걷고 되돌아 옵니다.
돌아오는 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을 걷습니다.
벚꽃보다 조금 일찍 핀 목련이 파란 하늘을 이고 반겨주네요.
작은 기온 변화에도 민감한 목련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만개한 것도 있고
봉오리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꽃구경 하는데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하죠~
솜사탕에 번데기와 소라...
모두 추억의 군것질입니다.
2013. 4. 14. 동대문구 중랑천 뚝방길
(중랑교~군자교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