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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명소가 된 길상사, 애절한 사랑을 간직한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릴리c 2013. 10. 10. 08:00

가을빛 따라, 애절한 사랑을 따라, 길상사를 걷는다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

지금은 법정 스님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천재 시인 백석과의 사랑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았던 여인,

한 때 기생이었던 길상화(김영환, 자야)의 삶과 꿈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문학에 재능이 있어 수필을 발표하기도 했던 김영환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다가

죽기 전 길상사를 법정스님에게 시주합니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요정으로 이름 날리던 곳으로

당시 싯가로 따지면 10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이었다고 합니다.

절 이름인 길상사

 김영환의 법명인 길상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단풍 들기는 아직 이른 10월 초 어느 날,

따가운 한낮의 햇살을 피해 오후 느즈막히 길상사를 찾았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고즈넉함이 내려 앉아 있는 길상사 경내는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쉬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어떤 기자가 길상화에게 물었습니다.

"1000억이 아깝지 않습니까?"

"1000억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보다 못 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

그걸 알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을 계속합니다.

 

 

 

 

 

 

 

 

 

 

 

 

 

 

 

 

 

 

 

 

비껴드는 햇살이

세월을 머금은 담장에 멋진 흔적을 그립니다.

아주 잠깐 동안의 신기루가 아닌

오래도록 각인 될 판화처럼 말입니다.

 

 

 

 

 

 

 

 

 

 

 

 

 

 

돌담 사이에도

담장 너머에도

 가을향기가 내려앉았습니다.

 

 

 

 

 

 

 

 

 

 

 

 

 

 

길상사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323번지

전화 : 02-3672-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