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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양산여행]원효대사의 전설이 깃든 천성산 내원사

릴리c 2013. 11. 4. 08:00

 

천 명의 성인聖人이 태어난 천성산 자락의 내원사/경남 양산

 

가을이 떠나가는 끄트머리라도 잡을까 하여

국내 3보(三寶)사찰의 하나인 통도사가 있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엔 특별히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고

굳이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이번에 간 곳은 경남 양산 일대로

내원사, 법기수원지, 통도사를 비롯해

꿀사과로 유명한 양산에서 사과따기 체험도 즐기는

말 그대로 힐링여행이었어요.

 

오늘은 내원사(內院寺) 이야기로 가을여행 함께 떠나볼까요?

 

내원사 입구에서 본 풍경입니다.

남쪽이라 아직 단풍이 덜 들었을 거란 얘기를 들었지만

가는 곳마다 붉은 단풍이 어찌나 곱던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어요.

 

차에서 내려 내원사까지 걸어가는 동안

가을색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번역작업에 매달려 가을을 깡그리 잃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충분히 보상받는 느낌,

그동안의 피로가 단숨에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나뭇가지 끝에 작은 전구가 달렸나?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앙상한 나뭇가지.

거기에 달린 단풍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계곡에 흐르는 물빛이

에메랄드 보석보다 더 진귀한 색깔입니다.

 

 

 

 

 

이 여의교를 건너면 바로 내원사입니다.

올라오다가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을 만났었는데

여의교 입구에도 거북이가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군요.

사람이 여의주를 얻으면

온갖 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게 있어서 점점 병들고 망가져가는 이 지구를

다시 되살려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 중에 중국의 1천 대중을 구한 원효대사 이야기가 있는 내원사.

이 사찰이 생긴 유래를 알아볼까요?

 

신라 문무왕 시절인 673년에 원효대사가 참선 중, 중국 대륙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당나라 태화사라는 절의 1천 대중이

장마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묻힐 순간에 있었다.

대사는 그것을 보고 판자를 던졌다.

그곳 대중들이 공중에 떠있는 이상한 판자를 보고 신기하게 여겨

법당에서 뛰어나오자,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판자에는 '원효가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하다'

曉擲板救衆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리하여 1천 명의 대중이 원효를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

원효가 그들이 머물 곳을 찾아 내원사 부근에 이르자,

산신이 마중나와 지금의 산신각 자리에 이르러 사라졌다.

이에 원효는 이 일대에 내원사를 비롯한 89암자를 지어

1천 명의 제자를 머물게 하였고,

천성산 정상 부근에 제자들을 모아 설법을 열었다.

이후 원효 밑에서 수도한 1천의 제자들은 모두 성인聖人이 되었고

그래서 산 이름도 천성산天聖山이 되었다고 한다.

 

 

 

 

 

 

 

 

 

 

 

 

 

 

천 년 세월이 느껴지는 내원사 전각들은

여늬 사찰의 단청색과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차분함이

바라보는 내내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위한 연등이

천장 가득 매달려 있는 모습에 잠시 기도를 보태보기도 하고...

 

 

 

 

 

 

 

 

 

 

1300년 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대원사는

네 차례의 중건을 거치며 대규모 사찰이 되었으나

아쉽게도 한국전쟁을 건물이 모두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은 그 이후 비구니 수옥스님이 새롭게 중창했다고 합니다.

위의 가마솥은 연대를 추정할 수 없으나

내원사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크기를 보아 동국제일선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 위에 매달아 놓은 북은 보물 제1734호로 지정된

'내원사 청동금고(金鼓)'입니다.

금고는 범종, 운판, 목어와 함께 사찰 행사 때 사용하는 불구(佛具)를 말하죠.

징 모양으로, 고려 선종 8년(1091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에 전시된 것은 모형으로

진품은 통도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네요.

 

 

가을 깊숙히 걸어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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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난 이번 여행은

나를 비우기 위한 여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여행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내원사(천성산 내원사 일원)

위치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