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으로 보호되다가 80년 만에 공개된 근대문화유산 법기수원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이곳은
반송(盤松)과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법기수원지입니다.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에 있는 법기수원지는
1932년 저수능력 150만톤의 저수지로 축조되어 2011년 개방되기 전까지
80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전면 금지되었던 곳이죠.
주변은 울창한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산책하며 휴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하늘에 닿을 듯 곧게 뻗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이곳은
법기수원지 입구입니다.
이 숲을 산책하듯 걸어 들어가면
법기수원지에 이르는 제방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말할 수 없이 기분좋은 숲의 향기를 맡으며 걷는 이 길,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하늘을 다 가릴 만큼 쭉쭉 뻗은 편백나무에도
가을색이 묻어 있습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피톤치드 향이 실려오네요.
가슴을 펴고 크게 심호흡을 해봅니다.
편백나무 숲 사이를 지나면 수원지 제방에 124개의 계단이 대각선으로 나있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습니다.
계단을 다 오른 둑마루에 소나무(반송)가 있습니다.
법기수원지는 수령이 90년 된 일곱 그루의 반송(盤松)으로도 유명한데
반송이란,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땅에서부터 여러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쟁반처럼 자란다 하여 소반(쟁반) '盤'을 써서 그렇게 부르며
일반 소나무보다 작습니다.
옆으로 퍼진 반송의 가지들이 터널을 이루고,
수면 위로 드리운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둑 마루에서 한 눈에 바라보이는 저수지와
가을색으로 물든 반대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 깊은 곳에 낀 마음의 때가 씻겨나갈 것처럼 시원해집니다.
법기수원지 댐은 총 길이가 260m이며 높이는 21m로
흙으로 만들어진 댐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부터 1932년까지 5년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완공 후 2011년 7월 15일 일반에 개방되기 전까지
수림지 2만㎡와 함께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저수지 수면의 반영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
자연이 그려낸 오묘함에 잔잔한 감동이 일어납니다.
법기수원지 둑마루에는 100년 가까운 수령의 반송이
일곱 그루나 있어서 옆으로 수없이 뻗은 가지로 인해
소나무 숲 터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네요.
계단을 내려오다 보니 아름다운 유럽풍 별장이?
가만 보니 '화장실'입니다.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화장실'에 뽑힐만한 '미모'로군요~
이 건물은 원래 관사로 지어 사용하던 것으로
지금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로 개조했다고 합니다^^*
숲을 나갈 때는 들어올 때 길이 아닌
제방 바로 아래 길로 가봅니다.
앗, 저게 뭐지?
청솔모 한 마리가 식사 중이네요~ㅎㅎ
결코 이롭지못한 동물이지만
느닷없는 출현에 길손의 마음은 즐겁습니다.
다시 한 번 둑 위를 올려다봅니다.
80년 동안 숨겨져 있던 법기수원지의 위용을 느끼며
발길을 돌리는데...
이곳의 역사를 알려주는 석조 구조물이 나타나네요.
제방 아랫부분에 돌로 쌓은 석조 건축 구조물은 취수터널로,
출입구 상단에 뭔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원정윤군생(源淨潤群生)-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 제3대와 5대 총독이던 사이토 마코토가 쓴 글이라고 하네요.
마코토는 독립 운동가인 강우규 의사의 폭탄투척에도 살아남아
우리 민족문화 말살정책을 폈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법기수원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제 모습을
누군가가 곱게 담아주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가을햇살 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주신
분당꽁지님께 감사드려요~^^*
법기수원지를 돌아보고 나오다 주차장 앞에서 만난 가을무입니다.
여기서 왠 쌩뚱맞은 무냐고요?
80년을 맑고 깨끗하게 지켜온 법기수원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키워낸 것이니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ㅎㅎ -릴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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