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음식은 장맛이 결정한다는데... 엄마 손맛나는 된장
어제부턴가 도시에서는
집에서 장을 담그는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공동주택(아파트)이 보편화된 요즘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된장 고추장 등을 사먹는 게 당연시 되어
장을 담그는 집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포천 여행길에서
고집스럽게 전통방식으로 장 담그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청산 솔둥우리.
'소비자는 내 가족'이라는 신념으로 빚은 장(된장, 고추장, 간장)맛은
어머니 손맛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가마솥에 불을 때서 콩을 삶고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는,
청산 솔둥우리는
지독한 고집이 빚은 전통장이 익는 둥지입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청산 솔둥우리의 입구에 이르니
처마끝에 달린 마른 호박잎이 가을 끝자락, 아니 겨울 초입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을씨년스럽게 매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뜰 가득한 항아리와 함께, 햇살 속 그 풍경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장을 담근 연도가 일일이 붙어 있는 항아리에선
지금 한창 익어가고 있는 된장과 고추장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3년을 발효시켜 잘 익은 장만을 소비자에게 내놓는다고 하는데,
눈으로 보아도 아주 농익은 장맛이 느껴집니다.
'2010년 된장'이라고 쓰인 항아리에서 퍼낸 된장,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습니다.
그리 짜지도 않으면서 깊고 구수한 맛,
당장이라도 풋고추 찍어 밥 한공기 먹고 싶은
음~~ 엄마의 손맛이 나는 바로 '그 장맛'이었습니다.
(직접 재배한 약콩과 서리태에서 이물질을 골라내는 모습)
3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재배한 콩과 청정지역에서 키운 콩으로 장 담그기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 째라는 유재근 씨 부부.
굳이 이 부부의 사진을 올리는 것은
첫 만남에서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메주가 없어도 장을 만들어내는 '공장형 된장, 고추장'이 아니라
직접 메주를 쑤고 띄워서 항아리에 발효시켜 만들어 내는
'전통 방식'의 장을 고수한다는 것은
장인정신과 고집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죠.
자신들이 만든 장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유재근 씨 부부.
갑자기 방문했는데도 '직접 만들었다는' 발효차를 내주시네요.
수삼 한 조각 띄워서~^^*
마당 천막 안에 들어가 보니 무청을 말리는 모습이 정겨워
한 컷 남깁니다.
천장에 매단 마늘 역시 시골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어 또 찰칵~^^
청산솔둥우리
주소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갈월1리146-2
전화 : 031-535-6589 / 010-9005-6589
이번 포천여행에서 특별한 곳을 또 한군데 방문했습니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포천답게
전통 술 박물관 산사원과 배상면주가의 본점을 방문했지요.
전통 방식으로 빚은 된장에 이어
또 하나의 전통 방식의 술인 셈입니다.
박물관 전시품 중에 발견한 '손 어여쁜 김씨 부인'이 눈길을 끕니다.
탁배기 알뜰히 걸러낸 후에
밀기울까지 우죽에 넣어먹여
버리는 것 없는 것이 술이지만
.
.
양귀비가 술로 목욕을 했다는 말도 들었지만,
우리네야 술 거른 손을 톨토올 하니 물기만 털고
바람에 말리는 게 고작이지요.
.
.
제 눈을 끈 단어는 바로 '톨토올~'입니다.
단 세 문자지만 이 단어 만큼 많은 그림을 떠오르게 하는
맛깔나는 단어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술박물관에는 참 많은 추억이 소복소복 쌓여 있더군요.
그 중 또 하나,
저의 시선을 콱~ 붙잡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집안 벽을 장식하던 흑백사진의 추억,
얼마나 정겨운 사진이던가요...
아마도 집안 어른의 환갑잔치라도 열린 모양입니다.
지금이야 환갑잔치 하는 사람 눈씻고 찾아도 안 보이지만,
예전엔 일생 중 가장 큰 생일잔치가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이 사진 속 주인공은
자손이 번창한 집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사원 술 박물관 지하1층에는
늘 10여 종류의 술이 준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시음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 복분자주와 생주(生酒) 중 한 가지를 시음했지요.
술 좋아하시는 분은 모든 종류의 술을
다 맛보셔도 됩니다. 좋죠?ㅎㅎㅎ
"에미야~ 안주상 좀 봐 오너라~!"
손님이 많은 집에선
며느리들은 수시로 찾아드는 손님 때문에
안주거리 장만으로 늘 고심해야했습니다.
요즘처럼 마트에 가면 왠만한 재료가 준비된 시절에도
손님 술상 차리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예전의 며느리나 어머니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참 정성껏, 당연하게 손님을 맞던 시절이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까지 이어졌더랬습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는...^^
전국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들이 다 모였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도 있고 처음 보는 술도 있네요.
내 고장 전통주는 어떤 것일까...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술박물관 옆에는
술 익는 항아리가 정원 가득 줄지어 있습니다.
항아리의 크기에 놀라고
항아리의 숫자에 놀라고...
미로처럼 이어지는 항아리들의 행렬이
장관입니다.
전에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던 TV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제목은 잊었지만,
주인공이 술이 발효되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장면을 보며
술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지금 이 항아리들 안에서도
톡... 톡...
쉬이...익...
쉼없이 술이 익어가고 있겠지요.
술독에 빠진 뇨자~ㅎㅎㅎ
항아리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몸을 던져 한 컷~^^*
전통술 박물관/산사원
주소 :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12
전화 : 031-531-0440
청산솔둥우리(전통 된장)
주소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갈월1리146-2
전화 : 031-535-6589 / 010-9005-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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