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구석구석

[경기도/포천국립수목원]발이 푹푹 빠져도 멋진 수목원 낙엽길, 가을 끄트머리 잡다

릴리c 2013. 11. 25. 08:00

발이 푹푹 빠지도록 낙엽 쌓인 수목원 산책길, 이렇게 멋질 줄이야~!

 

가을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하던 지난 주,

이른 아침 포천 국립수목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혹시나,

아직 가을이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수목원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니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얼마 남지않은 큰 나무가

'가을아, 안녕~!!'을 고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가을은 끝났구나~!' 생각에 급실망 모드.

그렇지만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게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우리는 수목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햇살이 비껴들기 시작하는 아침시간,

숲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매혹적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들어가니 사방은 온통 수북한 낙엽으로 가득했고

바스락 바스락

발 밑에 밟히는 낙엽소리는 마치 속삭임처럼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어서 와~.

네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단풍 절정기의 울긋불긋 노랗고 빨갛고 선명한

그런 가을은 이미 지나고 없었지만,

가라앉고 차분해진 여유로움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습니다.

 

 

 

 수목원 입구(주차장에서 본) 풍경입니다.()

나뭇가지에 얼마 남지 않은 잎들이 조금은 썰렁해 보이지만,

그보다 더 아름답고 풍성한

또 다른 가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내린 서리를 맞고도 제 색을 잃지 않은 국화가 여전히 예쁩니다.

 누군가가 '설탕을 뿌렸다'고 표현하네요.

아, 정말 설탕꽃을 피웠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전나무 숲길을 걸어

우리는 호수쪽으로 향합니다.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아주 천천히 걸으면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육림호

주변이 울창한 숲이라 사계절의 풍경이 모두 아름다운 곳이죠.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이 쏟아지는 멋진 풍광이요,

카메라를 들이대면 모두 엽서가 되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육림호.

그리 크지 않은 호수지만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각 계절마다 얼마나 아름다운 표정으로 나를 매혹시키는지 모릅니다.

수면의 반영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죠.

늦가을에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지만

또다시 그 매력에 풍덩 빠지고 맙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수면을 가득 채웠던 수련의 흔적 역시

모른 척 하기 힘든 아름다움입니다.

아래 사진은 신록 푸른 5월의 풍경이에요.

연못 가득 수련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고 있죠?
내년 봄엔 수련이 활짝 필 무렵에 다녀와야겠습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 계단 몇 개를 오르면

호수 전체가 내다보이는 찻집이 있어요.

그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세상은 또 다시 행복으로 가득해집니다.

 

 

육림호 바로 옆의 찻집(휴게소)입니다.

이곳은 1989년 낙엽송 간벌재로 지은 통나무집으로

낙엽이 문 앞까지 쌓인 찻집 안에 들어가면

창에 가득 호수가 담깁니다.

다정한 사람들과 마시는 차 한 잔에

어느 새 내 가슴엔 따뜻한 정이 고이고

이내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됩니다.

 

 

 

 

수목원 곳곳에 남아 있는 가을 단풍이

참 따스해 보이죠?

그렇게 저는 가을 끄트머리를 잡고 행복했답니다^^*

 

 

 

 

 

 

 엄마가 날려주는 낙엽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하늘 높이 울려퍼집니다.

그 하늘엔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을 내맡긴 낙엽이 날고 있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

나를 또 한 번 겸허하게 만듭니다.

 

 

 

함께 걸어서 더욱 좋은 길...

함께 살아서 더 행복한 세상을

우리는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에 서리가 녹듯이

세상의 그 어떤 한파라도

주변의 따뜻한 이웃과 더불어 사는 한

추위는 언제고 물리칠 수 있는 거겠지요.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요...

 

 

 

 

2013년 나의 가을은

그렇게 지나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1468년 조선 제7대 왕 세조의 능인 광릉이 위치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조선왕실에서는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약3,600ha)의 숲을 능 부속림으로 지정하여

조선 말기까지 철저하게 보호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광릉숲은 540여 년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전 세계적으로 온대북부지역에서 보기 드문 온대활엽수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을

이루고 있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기 때문에

산림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인정받아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MAB)은

2010년 6월 2일 광릉숲을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포천 국립광릉수목원

위치 :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전화 : 031-540-2000

http://www.kna.go.kr/

 

(국립수목원 입장은 반드시 인터넷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