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아프리카

7. 튀니지/사막여우는 어디 있을까, 사하라사막에서 낙타타기

릴리c 2011. 5. 18. 08:30

사하라 사막의 관문 두즈(Douz)

두즈는 튀니지의 중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과거에는 유목민 베르베르족의 수도였다고 한다.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곳으로 사막의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한낮에 도착한 우리는 불타는 듯한 사막의 장관을 보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드디어 낙타에 오른다. 2미터 정도 높이의 낙타에 오르기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낙타가 무릎을 꿇으니 편하게 오른다.

그러나 내릴 때는 절대 주의해야 한다! 앞발 먼저 구부리는 바람에 잘못 하다간 앞으로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방심하고 있다가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한쪽 팔과 손이 퉁퉁 부어 여행 내내 고생하는 불운을

맞았다.

낙타는 말(馬)보다 훨씬 순해보이기도 했지만(내가 보기엔), 전에 승마를 했던 덕분에 난 편안하게 낙타투어를 즐길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찰칵찰칵 사진 찍는 여유를 부리며 사하라 사막을 걸었으니까~^^*

 

 

 

▲대상(隊商) 일행일까. 멀리 한 무리의 낙타 떼가 보인다.

어쩌면 우리 같은 관광객일지도 모르지만, 문득 실크로드를 오가던 옛날의 대상들이 생각난다.

길고 먼 여정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동안, 어쩌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영원히 떠난 이도 있었을 생각을 하니

수많은 고행을 이겨내며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경외심마저 일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낙타에 올라 1시간 남짓 걸린 사막투어는, 그들에 비하면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은 얼마나 평탄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일에 얽혀 허우적대기도 한

인생이었지만, 그만하면 꽤 순탄한 삶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튀니지 여행은 내게 큰

의미가 되었다. 

 

 

나를 태워준 낙타몰이 아저씨.

낙타타고 사막을 걷는 도중,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를 손으로 집어 직접 만져보라며 건네주던 상냥한 분이다.

오랜 세월 모래 속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조그만 사암(1cm 정도 크기)을 찾아주기도 했는데, 소중히 모셔와

우리집 화분에 얹어놓았지만 더 자랄 것 같지는 않다. 

한 사람이 두 마리에서 다섯 마리 정도의 낙타를 끈으로 연결해 관광객을 태우는데, 낙타가 많을수록 부자인 셈.

 

우리는 흔히 낙타는 ‘카멜’로 알고 있지만, 쌍봉낙타가 카멜(카멜로)이고 외봉낙타는 드로메다리오라고 부른단다.

우리가 탄 것은 외봉낙타인 드로메다리오.  

낙타의 가격은 흰색은 2천유로, 카멜색은 천유로 정도이고, 수명은 20년 정도이며 죽으면 식용으로 쓰인다고.

 

 


 

 

 

마트마타(Matmata)

***원주민 베르베르인들의 혈거(穴居)

두즈를 지나 한 시간 정도 거리의 마트마타에는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동굴주거 형태가

아직도 남아있어 이 지역의 가장 큰 매력으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튀니지의 원주민은 유목민 베르베르 족인데, 아랍인들로부터 정복을 당해 터전에서 쫓겨나자

이 척박한 산의 산꼭대기로 피해 와 동굴집을 짓고 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약 700여개의 동굴가옥이 있고 거주하는 사람들은 약 3천 명 정도라고.

이들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굴을 파고 생활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들은 과거 천년 전부터

그들의 조상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이 주거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5~6m쯤 아래로 혹은 옆으로 파들어가 가운데 넓은 공간을 두고 양쪽에 방과 창고, 부엌을 만들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기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굴생활은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한다는데(이들의 평균수명은 70~75세), 야채위주의 식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삶의 방식이 이를 가능케 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남자들은 도시로 돈벌러 나가고 여자와 노인, 아이들은 이곳에 남아

생활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알아서’ 건네는 작은 돈이 이들에게는 큰 수입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마트마타 베르베르인의 혈거(穴居 동굴주택)에 도착.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치형 문 위에는 동물의 뿔과 토기가 장식되어 있어 수렵생활을 하는 베르베르인들의

생활상이 느껴진다. 원시시대의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느낌.

 

동굴주택 외부에 그려진 물고기 그림은 多産과 남성의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비록 땅을 파서 생활하는 동굴주택이지만, 그들의 뛰어난 색감과 심플한 인테리어 센스에 감탄. 

어느 것 하나 예술적이지 않은 게 없고 모두 탐나는 물건들 뿐이다.

▲(사진 위 오른쪽)동굴주택의 방과 다른 공간 사이의 통로에 놓아둔 커다란 곡식 항아리는 그들이 직접 빚은

토기. 마치 박물관에서 보았던 고대유물 같아 인상적이다.

생활방식도 고대인들과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인다.

 

▼곡식 낱알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 여인. 마치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동굴주택 내부가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집.

아래 보이는 구멍은 아래층의 창문 겸 발을 딛고 올라갈 수 있도록 파놓은 것으로 위의 계단이 재미있다.

2층은 주로 창고로 쓴다고 한다.


▲마당 한 켠에는 또 다른 굴이나 바닥을 파놓고 잡아들인 야생동물(토끼, 염소, 오리 등)을 키운다.

말할 것도 없이 식량의 일부겠지만... 말하자면 진보한 수렵생활이라고 할까.

 



***영화 ‘스타워즈’를 찍었던 마트마타.

 튀니지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관광이다.

한반도 3/4 정도 크기의 작은 이 나라 안에 다양한 자연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스타워즈’ 등이 튀니지에서 촬영되었고 특히 마트마타에서는 스타워즈의

많은 장면들이 촬영돼, 지금은 관광지로서 튀니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낙타투어와 마트마타 족의 혈거(穴居)를 본 후 또다시 황량한 사막을 달린다.

외계의 어느 별이 저랬을까.

<스타워즈>의 많은 장면들이 촬영된 곳이라고 하니 지금도 어딘가엔 떠나지 못한 외계인이라도 숨어 사는 건 아닐지...

   

 

사막 한 가운데의 휴게소가 좀 낯설긴 하지만, 뜨거운 태양길에 잠시 쉬어갈 수 있음이 다행이다.

멀리 사막 위의 마을이 보인다. 교회도 있고 학교도 있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마을을 이루고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 사계절이 분명한 데다 푸른 강산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얼마나 축복받은 곳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 <스타워즈> 촬영지였던 이곳은 연중 관광객이 모이는 인기 지역이 되었다.

관광객을 실은 대형 버스가 쉼 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 촬영장소를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1, 2층으로 지어진 방에 번호를 매긴 것이 재미있다.

실제로 관광객을 받는 건 아닌 것 같고 외계인 손님을 재우는 곳으로 어울릴 듯.

(아래)'스타워즈'에서 제다이들이 머물렀음직한 Bar가 눈길을 끈다. 의자에 앉아 잠시 공상의 나라를 여행한다.

 

 

 ▲촬영장소 입구에 'HOTEL'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사막을 달린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는 생물이 살기 힘들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의외로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낙타나 선인장 외에도, 사막여우, 코브라, 자칼, 전갈, 이구아나, 쥐 등 많은 생물이

산다고 한다. 어린왕자가 만났던 사막여우와의 조우를 꿈꾸며 열심히 살폈다.

빠르게 질주하는 버스로 사막 한가운데를 지나며, 사막여우는 그만두고 행여 작은 동물이라도 발견할까 싶어

카메라를 창에 바짝 대고 스탠바이…  그러나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래 사진의 사막여우는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 식구입니다^^*)

 

그밖에도 사막에서는 모래 보드타기, 모래스키 등의 사막스포츠가 행해지기도 한다니,

극한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험심이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가끔 영화에서나 보던 돌사막에서의 자동차 경주가 생각난다.

 

 

 

다음은 서민의 삶이 느껴지는 스팍스(Spax)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