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의 중생 구도 종소리와 법고소리에 마음을 비우다/템플스테이
붉은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두들기는
법고소리에 심장은 강하게 파장을 일으킵니다.
중생을 구도하는 산사의 종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떨림을 전해줍니다.
목어와 운판을 울리는 소리에
어느덧 내 마음엔 고요함이 찾아들고 세속의 번뇌는
잠시동안이지만 나를 떠납니다.
국내 3보사찰(해인사, 송광사)의 하나인 통도사는
경남 양산에 자리한 불보佛寶사찰로,
삼보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부처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금실로 수놓은 가사)가 모셔진 절입니다.
그곳에서 난생 처음 템플스테이를 경험했고,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범종각 앞에서 법고와 범종이 울리는 가운데
모두들 숨죽이고 진지하게 들으며 '중생 구도'를 생각합니다.
'나'의 존재를, '너'의 존재를...
가슴까지 울리는 종소리와 북소리에
모든 번뇌를 흘려보냈습니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은 시각,
우리 일행은 사찰에서 내어준 수련복으로 갈아 입고
사찰 순례를 시작으로 템플스테이 체험에 들어갑니다.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은 채 경건한 마음으로...
절과 속세의 경계인 일주문을 들어섬으로써
이제 나는 속세가 아닌 부처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편액에 쓰인 '영축산 통도사'라는 글씨를 보며
내 머릿속 가득한 속세의 때가 조금은 벗겨지는 듯한 감상에 젖습니다.
여전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좌우 기둥에 쓰여진
‘佛之宗家(불지종가)’ ‘國之大刹(국지대찰)’이라는 글자에서
통도사의 위엄이 느껴집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시는 분은 효진스님입니다.
1박2일 동안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해 주셨어요.
이곳은 천왕문으로 사천왕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입니다.
2층으로 된 범종각 앞을 지납니다.
아래층에는 범종이 있고 위층에 법고와 목어, 운판 등
사찰을 대표하는 사물(四物)이 갖춰져 있구요.
잠시 후에 북과 종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불이문(不二門)과 그 앞의 안내소에 있던 공양미입니다.
불자들의 마음을 대신할 공양미가
하얀 주머니 가득가득 들어 있네요.
쌀알 한 톨 한 톨처럼 어떤 이들의 간절함이 담겨지겠지요.
불이문(不二門)은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입니다.
세속의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단느 뜻에서 해탈문이라고도 하죠.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은 하나가 됩니다.
부처와 내가 다르지 않으니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우리 모두의 마음 속 부처로 인해
부디 번뇌가 자리잡지 않기를 기원한다면
그것도 욕심일까요...
위사진:봉발탑과 개산조당.
봉발탑은 용화전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석가세존의 옷과 밥그릇을 미륵보살이 이어받을 것을 상징한 조형물로 추정되는데
명칭을 탑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어 유물의 성격상 ‘석조발우(石造鉢盂)’라고 부릅니다.
'솟을삼문' 형식으로 지어진 '개산조당'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영정을 봉안한 전각입니다.
불보사찰답게 통도사 경내의 전각들과 석조물들은
대부분 국보나 보물,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으니
통도사는 보물단지나 다름없습니다.
통도사 경내에서 가장 아담하고 아름다운(개인적인 생각) 구룡지입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스님이
나쁜 용들이 살던 이 연못을 찾아 용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작은 연못은 상징적으로 남긴 것인데
아무리 심한 가뭄이 와도 수량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영험함이 있다고 하네요.
매우 인상깊었던 '탑돌이'입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 주변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걷는데
의식적으로 느리게 걷는 게 그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걷는 게 아니라
호흡명상과 함께 무념무상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실은, 무념무상이 결코 쉽지는 않더군요~^^
두 손 다소곳이 모으고 효진 스님의 설명을 경청하는 블로거들.
득도의 세계에 입문한 표정 같아 보이죠?ㅎㅎ
사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발우공양입니다.
스님들의 식사예법인 셈이지요.
스님을 따라 하나하나 시도해보는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네요.
발우(그릇)를 싼 보자기를 푸는 것부터
발우를 놓는 위치와 그릇 헹구기, 음식 담기, 먹기 등등...
날마다 그렇게 먹어야 한다면 소화가 안 될 것만 같습니다~ㅎㅎ
하지만 정신수양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만한 것쯤 참아야겠지요.
법고와 범종, 목어와 운판(사물)을 울림으로써
그 소리를 통해 세상의 모든 생명을 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잠든 영혼을 깨우치고자 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
법고는 동물의 가죽으로 이뤄져 있기에
소리를 울림으로써 축생을 위한 구제의 의미가 있고,
범종은 부처님의 음성으로서
그 소리가 울려퍼질 때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번뇌를 끊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목어(물고기 모양)와 운판(구름모양)은 물과 하늘에 사는 생명을 구제한다고 하죠.
긴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두들기는 법고 소리에
세상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소리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데...
참으로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인간입니다.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범종 소리에
우주 삼라만상의 번뇌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숨을 죽인 채 온 정신을 모아 종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가슴을 울리고 내 번뇌를 두들겨 쫓아내주는 것 같아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습니다.
호흡명상을 통해 '나 자신'을 만나고
새벽 예불 시간도 매우 의미 있는 과정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나면 '나를 깨우는 108배'를 통해
또 다시 '나를 찾는 시간'에 빠져듭니다.
템플스테이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솔밭길 명상시간...
옆 사람을 의지한 채 눈을 감고 걷습니다.
마음은 활짝 열고 눈은 감은 채 솔향기 맡으며 걷는 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음 가본 세상을 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그러나 마음이 편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참으로 신기한 체험을 합니다.
마음을 한 뼘 크게 해준 통도사의 템플스테이를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통도사 휴식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모든 일정은 자율프로그램 : 예불, 공양, 보궁기도, 박물관 관람, 암자순례, 솔밭길포행 입장,주차,박물관관람,사찰안내, 모두 무료입니다 |
템플스테이 문의(통도사 포교국)
전화 : (055)384-7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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